그러던 내가 주식, 기술,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6년 후반기인데 신기한 건 '갑자기'라는 점이다.
'어쩌다 어른' 유수연 강사의 '금융 신석기인' 발언이 계기였던 것 같다. 자고 일어나니 21세기 금융인으로 머리가 셋팅된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심지어 열정적으로 변했다.
주식을 사려니 기업을 알아야겠고, 기업을 알려면 기업의 핵심 기술을 알아야 했기에 블록체인,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에 관심을 두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의심이 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가상현실, 메타버스이다.
가상의 체험은 아직까지 나에겐 가짜로 느껴진다.
가상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2018년에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 이란 영화를 보며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그래도 변치 않은 생각은, 뇌로 이해하는 체험보다는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는 경험이 더 원초적이고 본능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 아침에 나이키가 로블록스 내 가상세계에 '나이키 랜드'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아바타에 나이키 제품을 입히고 나이키 본사를 본뜬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기사를 보면서, 내가 살지 않는 4차원에서 자본이 막강한 글로벌 기업이 또 뭔가를 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기려다 문득, "아이들이 나이키 랜드에서 나이키 제품을 착용하고 게임하면서 브랜드와 익숙해진다면, 실제 생활에서도 입고 싶어질 것이다'라는 멘트에서 눈길이 멈추며 2016년의 데자뷔, 즉 갑자기 머릿속이 재 세팅되는 느낌을 받았다.
브랜드의 의도는 이거였구나!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부모와 공감하고 오감으로 체험하며 바람, 꽃, 생명 등의 원초적 가치를 배우는 것처럼, 아이의 본능을 파고들어 자연스레 나이키를 새기는 것. 나이키 랜드는 그것을 바라는 것이다.
지금은 영화처럼 완벽한 가상현실을 서비스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본능에 브랜드를 심는다.. 정말 소름 끼치지 않는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완벽한 미래는 과연 핑크빛일까?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과 각국의 정부를 포함한 이익 집단들은 얼마나 더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 다가올 미래가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떤 가치를 쫓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