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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정 Mar 25. 2022

이렇게 금방 클걸 알았다면



지금은 많이 커버린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문득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봄 냄새, 흙냄새, 바깥공기의 냄새가 다를 때. 훈풍이 불며 새싹이 돋는 이즈음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럴 때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데, 귀여웠던 아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그 모습들이 내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게 붙잡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커버린 만큼 지나간 내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은 단순한 장면들이다.

막내 딸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잔뜩 물고 딸기물에 옷을 적셔가며 환하게 웃는 모습. 큰아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만족스럽지 않을 때 짓는 표정. 혹은 의기양양함에 짓는 표정, 둘째 아이가 자기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뒷모습 등인데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하다가도 결국은 미안함으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금방 클걸 알았다면... 그때 더 많이 사랑해줄걸 하는 후회. 아이와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그때, 난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 등이 밀려들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통 아픔은 치유되고 좋았던 기억은 남기에 과거를 회상하면 대체로 행복했다로 귀결되지만, 아이들에 관해서만은 못해준 기억이 더 많이 남아 아쉽다. 폭풍의 언덕에 서 있었다고 느껴질 만큼 고단했던 30대를 지나고 40대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성급했던 성미도 궤도를 되찾고, 인내심도 늘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깨달았는데 이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보내버렸다는 안타까움.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시절이 그립고 그립다.


지금 아이들이 어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금방 지나가는 아름다운 시간을 오롯이 천천히 마주 대하고 마음속 창고에 간직할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라고 귀띔해 주고 싶다. 나는 삼 년만 있으면 성인이 되는 큰아이부터,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의 순간을 천천히 기억하고 간직하려고 한다. 십여 년 뒤 언제라도 꺼내볼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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