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프로덕트가 넘실거리는 시대에도 제품과 제품 사이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고객의 취향을 고려하여 접근하는 상품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 통찰력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부럽기만 하다.
누구나 물건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팔 수 있는 시대. 그만큼 다양하게 유통 플랫폼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상품을 소개하는 카테고리는 천편일률적인 나열에서 취향을 구분 지어 소개하는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으며, 결제 시스템 또한 스마트 테크와 접목하여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현시대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안겨주지만, 그저 쉽게 누릴 수 있게 해주지는 않는다. 꾸준히 주변의 새로운 것들을 탐색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조만간 좋은 제품은 고사하고 생필품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와디즈를 처음 알게 된 건 6,7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펀딩이란 의미는 아주 많이 생소했다. 투자 혹은 펀딩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나 마니아층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이라고 생각했었다. 더군다나 무형의 가치가 아닌, 유형의 제품에 펀딩 할 수 있다는, 소매와 연관지은 발상은 굉장히 새로웠다.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제조란 노동력과 생산공장,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기에 허들이 높았다. 그런데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누구나 제조를 할 수 있다니! 더군다나, 오더를 받은 만큼만 생산하여 팔고 마는 것이니, 아이디어가 설득력이 있기만 하다면 내 주머니 털어 만들 일 없고 재고 염려도 없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원츠를 생각해 보면, 보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했던 것일 테지.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보완한 감동적인 아이디어나 디자인, 취향, 희소성이 그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옳은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고 근사하고 멋진 취향을 고민하는 MZ 세대들에겐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었을까 한다. 와디즈는 해를 거듭할수록 메이저 플랫폼으로 거듭나 더 많은 메이커와 상품으로 온,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반면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없어 만들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꿈을 실현해 주는 착한 플랫폼, 세상에 없던 상품을 유통하겠다는 와이즈의 첫 마음이 조금 퇴색되어 버린 듯한 모습도 있다. 장사 좀 된다, 고객 좀 모인다 하는 곳은 어디든 그렇겠지만 와디즈 또한 대기업과 손잡으면서 초심을 잃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중소상공인과 기업의 대결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와디즈에게 조금의 기대는 하고 싶다.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기업에게만 편향된 서비스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손바닥만 한 모바일 화면에서 대기업의 제품들만 전면 나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다. 마케팅의 힘을 빌려 고객의 마음을 읽은 듯 사용하기 적합한 상품만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제품보다, 좀 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새로운 제품을 소개해 줬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나와 같이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어 접근이 쉬운, 아량이 넓은 플랫폼으로 남아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오늘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와디즈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늦은감이 아주 많지만, 상품군을 구성하지 않고도 개별 상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흔치 않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