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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Sep 17. 2019

여유로운 누군가가 되고 싶을 때

금주의 재생목록 시리즈 첫 번째



필자는 음악 듣는 걸 워낙 좋아한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발견하는 순간을 사랑하고, 한 곡만 지겹도록 반복해서 들어 가사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순간이 오길 기대한다. 또한 나의 추천으로 듣게 된 노래가 너무 좋다는 지인들의 다소 격한 반응을 보면 감동이 치밀기도 한다. 이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필자가 베를린 여행 중 촬영한 사진


팝을 주로 듣고, ‘믿고 듣는 플레이리스트’라는 꽤 기분 좋은 별명을 가진 내가 오늘부터 주기적으로 연재해볼 시리즈는 바로 <금주의 재생목록>이다. 첫 번째 주제는 ‘시월의 베를린,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원고를 마무리하는 어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을 때’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심히 구체적인 제목’이 될 것이다.)








JNR WILLIAMS – Here B4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는 사실 이 곡을 들으며 떠올렸다. ‘시월의 베를린,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 나른하고 편안한 알앤비 템포에 적당한 텐션이 있어 지루하지 않은 곡이다.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 날 보단 선선한 가을날이 어울리고, 사람이 북적이는 서울의 한 복판 보단 비교적 여유롭고 혼자 있기 좋은 베를린이 적합했다. 글을 쓰다 목을 축이기 위해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는 작가, 이왕이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좋겠다. 적당히 여유 있고 창의적이며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이 여성 작가가 지금 듣고 있을 곡, 이것이 내가 최초로 느낀 Here B4의 감상이다.








Weezer - Happy Hour


위저의 곡은 '복고'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경쾌한 밴드 사운드가 막 원고를 마쳐 홀가분한 작가의 마음을 속 시원히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른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진중한 그녀가 의외로 드라이브 중 듣는 '최애 곡'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의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이 곡을 즐긴다면 여러분도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엉킨 생각을 환기하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Barrie – Clovers


이 곡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드디어 퇴고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커피를 한 번에 털어 마시는 그림이 그려진다. 밝고 가볍게 듣기 좋은 소프트 락으로 마음이 가볍고 후련한 그녀와 잘 어울린다. 그녀는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오랜만에 마실 레드 와인'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실제로 긴 장편의 글을 탈고해본 경험이 전무하지만 이 곡을 들으면 상상 속의 작가가 느낄 해방감이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다.) 마지막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온점을 찍고, 남아있는 커피까지 마셔 잔을 비우고, 마침 부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앞머리 사이를 가르고 들어온다. 필자가 매우 경험하고 싶은 순간 중 하나라서 더 애착이 가는 곡이다.







Lewis Capaldi – Mercy


 카페에 챙겨간 노트북은 무겁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그새 날이 조금 어둑해졌다. 샛노랗던 노을은 조금씩 붉어지는 중이고 곧 검게 변할 것이다. 그녀는 카디건을 끌어올리고 노트북을 팔 안쪽에 낀 채로 아주 오랜만에 주변을 둘러보며 귀가 중이다. 휘몰아치던 후련함이 지나가고 나면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떠오른다. 몇 년 간 고군분투하여 완성한 한 편의 장편 소설 속 수많은 단어들과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속엔 글을 쓴 그녀도 있고 필자도 있고, 여러분도 있다. 간질거리는 마음과 편안함이 조금씩 졸음이 되어가는 나른한 귀갓길이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녀가 오랜만에 밝게 웃는다. 귀갓길에 듣기 좋은 편안한 락발라드를 찾는다면 바로 이 곡이다.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와 어울리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사에 맞춰 누군가를 생각하기도 하고, 그저 들리는 대로 (가사는 신경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음악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도 좋다. 누군가 내게 음악에 관한 글을 쓰라고 한다면 기꺼이, 기분 좋게 만 자 정도는 써내려갈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는 내게 사연을 보내줄 누군가의 취향에 부합하는 곡을 심혈을 기울여 추천하는 것, 더불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이 나오면 앨범 전곡을 리뷰하는 것도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사용한 물건과 내가 듣는 음악과 내가 보는 것들에 대한 나의 애정도를 더 많은 분들께 부지런히 알리고 싶다. 같은 음악을 듣고 저마다의 색다른 감상이 쏟아지는 순간을 기대한다. 전에 없던 독특한 음악 리뷰로 많은 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그렇게 되도록 부지런히 듣고, 읽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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