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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Oct 16. 2019

오직 당신의 감정을 담는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9>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용기


초고화질의 DSLR 카메라부터 감성적인 스냅사진 촬영이 가능한 필름 카메라,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된 액션 카메라와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디지털카메라까지. 세상엔 다양한 용도를 가진 카메라들이 존재한다.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감히 다른 카메라로는 결과물을 흉내 낼 수 조차 없는 ‘색깔이 분명한 카메라’가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바로 그것이다.



작은 인화지에 인화되어 나온 사진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고, 배경도 거의 다 잘려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준한 인기와 마니아 층을 구성해 매년 업그레이드된 상위 기종이 출시된다.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며칠간 다른 카메라는 손에 들지 않고, 오로지 ‘폴라로이드 카메라’만을 들고 일상을 보내기로 했다. 과연 이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사진 제공=<http://www.fujifilm.co.kr/goods/detail.asp?gno=34731&cate=334>


사용한 카메라는 후지필름사의 <인스탁스 미니 9> 기종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기본적인 기능만을 가진 가장 보편적인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사람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복제가 불가능한 사진’이라며 좋아하지만 요즘의 즉석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최근 출시된 상위 고급 기종들은 촬영한 사진을 임시 저장하고, 원하는 사진만을 골라서 인화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이로써 망친 사진은 안 뽑으면 그만. 비싼 인화지를 버리는 일이 없어 꽤 훌륭한 기능이라 할 수 있지만 폴라로이드 사진만이 가진 특유의 희소성은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무엇이 더 나은 카메라인지는 구매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만이 가진 매력(희소성)에 초점을 맞추어 가장 기본적인 폴라로이드 카메라인 <인스탁스 미니 9>을 구매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좋았던 점을 몇 가지 꼽으라면 우선 찍히는 사람의 기대감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사체가 결과물을 기대하는 촬영을 할 수 있다. 카메라가 가볍고 작아 렌즈를 쳐다보는 것에 부담을 덜 느끼고, 심지어는 찍히고 싶어 한다. 크고 무거운 렌즈로 촬영할 때보다 표정이 한결 자연스럽다. 그리고 촬영한 사진을 그 자리에서 바로 선물로 건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나도 모르게 “빨리 작업해서 보내줄게.”라는 말을 덧붙이게 되는데 말이다.




인화된 사진이 선명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경까지 멋들어지게 담기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그토록 이 카메라를 사랑하는 걸까. 며칠간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느낀 즉석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이것이다. 오직 그 순간에 당신이 가진 감정, 표정, 기분 같은 것들을 잔뜩 담아낸다는 것. 당신의 옷차림이나 머리카락이나 포즈가 아니라 당신의 ‘얼굴’에 가장 먼저 눈이 간다는 것이다. 렌즈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당신의 얼굴을 통해 촬영 당시의 설렘이 잔뜩 묻은 사진을 찍어낼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후보정을 할 수도 없고, 어딘가 우스운 표정으로 찍혀 나와도 절대 사진을 지워버릴 수 없다. 그러니까 당신의 날 것 그대로를 담아낸다. 그것이 이 카메라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낸 당신의 사진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그저 당신과 당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 곧 의미이며, 설명이 되기 때문이다. 장소가 어딘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이때 행복했구나, 설렜구나, 혹은 슬펐고 화가 났구나,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훌륭한 사진이 될 것이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생각하면 인화지가 비싸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필자가 촬영을 할 때 우선시하는 피사체와의 소통이 가장 쉽고 빠르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피사체가 만족하는 사진을 찍는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인화지 구매에 소비되는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다. 작은 사진 한 장이 주는 무한한 의미와 만족감을 생각하면 그정도 값은 흔쾌히 치룰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다닐 생각이다.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특히나 더 열심히 지니고 다닐 것이다. 그들의 감정과 얼굴을 잊히지 않게 카메라에 담고 사진이 서서히 선명해지는 시간 동안의 설렘을 간직할 것이다.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의 감동을 극대화할 것이며 편집도 삭제도 없이, 오로지 당신과 나만의 순간을 담아낼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구매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필자의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용기는 여기까지. 직접 사용해 당신만의 시그니처 사진을 남겨보길 바란다. 분명 다른 카메라와는 다른 무한한 매력을 느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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