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커피 머신 네스프레소 에센자 미니 C30
드롱기 커피 머신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 보셨다면 여기로 https://brunch.co.kr/@danepark/6) 필자는 커피를 매우 좋아한다. 아주 오랫동안 여러 군데의 카페에서 갖가지 원두를 맛보고 다양한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을 접했다. 그런 내가 몇 주 전, 새로운 ‘카페인 주입기’를 장만했다. 편리함의 대명사인 네스프레소 에센자 미니 C30 캡슐 커피 머신이 바로 그것이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숙련된 바리스타가 직접 볶은 원두로 정성스레 내려준 드립 커피를 마시는 것, 가까운 단골 카페에서 식사 후 달달한 라테 한 잔을 사 먹는 것, 사내 휴게 공간에 놓인 인스턴트커피를 타 마시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고심 끝에 구매한 핸드 드립 세트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도, 가정용 에스프레소 추출 머신을 통해 바리스타 흉내를 내며 커피를 마셔보는 일도 즐겁다. 하지만 모든 장비를 통틀어 가장 빠르면서 높은 퀄리티의 커피를 마시고자 한다면, 더불어 다양한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고 싶다면 단언컨대 캡슐 커피 머신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캡슐 커피 머신의 존재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편리함이다. 빠른 작동 시간과 맛은 물론이고,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때처럼 남은 원두 가루를 뒤처리하는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는다. 물 통에 물을 채워 넣고 캡슐을 제 자리에 꽂기만 하면 1분 이내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장비로는 흉내내기 힘든 독보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판매 중인 수많은 캡슐 커피 머신 중 네스프레소의 에센자 미니 C30 블랙 컬러를 구매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위 모델은 10만 원 대에 구매 가능한 (커피 머신 치고) 제법 저렴한 제품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필자의 구매를 더욱더 굳힌 것은 다름 아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네스프레소'라는 브랜드가 주는 신뢰감 때문이었다.
우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보는 눈이 제법 까다로워 꾸준히 캡슐 커피 머신을 탐내 왔으면서도 선뜻 구매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캡슐 커피 머신들은 캡슐 주입부가 돔 형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예뻐 보이지 않았다. (외계인의 머리통 같아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돔 형식의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을 최대한 피하다 보니 선택지가 대폭 줄었다. 그러던 중 ‘일리’의 캡슐 커피 머신이 디자인 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호환되는 캡슐이 극히 적어 불편하다는 평을 보곤 빠르게 포기했다. 네스프레소 사의 캡슐 커피 머신이 호환되는 캡슐이 가장 많음을 알게 된 후, 원룸이나 좁은 부엌에 놓아도 부담스럽지 않을 작고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찾아다녔다. 그중 에센자 미니 C30은 단연 눈에 띄었다.
필자가 마음에 쏙 드는 커피 머신을 구매하며 얻은 또 다른 기쁨은 앞서 말했듯 '네스프레소’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커피 한 잔의 가치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무한 형성되었다. 지역 경제를 고려하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보기 드문) 책임 의식이 있는 기업이었다. 소비자들과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커피 경제의 부흥을 이끌고 농부들과의 파트너십이 매우 체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해 100%의 버진 알루미늄(Virgin Aluminum)을 사용하여 캡슐을 만들고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기 재설계 등의 긍정적인 글로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알게 되니 더 이상 구매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곧장 결제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특정 제품을 사고자 할 때, 그것의 성능은 물론이고 그 물건이 놓일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적 취향을 담은 디자인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 기업이 가진 가치관도 들여다볼 줄 아는 성숙한 구매자가 되고자 한다. 내가 구매한 커피가 단순히 내 삶의 질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을 내세운 우수한 장비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기업에서 생산된 장비라면 이보다 더 완벽한 기기가 있을까.
내가 구매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쏟고 왜 꼭 그 제품이어야 하는가, 왜 그 브랜드의 제품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는 중이다. 막연히 예뻐서, 신제품이기 때문에 등의 단순한 이유로 충동적인 소비를 이어갈 것이 아니라 이 제품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부를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또한 이를 열심히 알리는 성숙한 소비 습관을 가진 에디터가 되리라. 내 안의 견고한 소비의 조건이 또 하나 생겨난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