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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Dec 03. 2019

고요는 돈으로 사는 것

애플 에어팟 프로 사용기



갖가지 소음에 노출된 채 매일을 살다 보면 세상이 시끄럽단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자동차 배기음, 대중교통의 묵직하고 지속적인 진동,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소리, 문 닫는 소리, 공사 현장의 소음, 길거리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우리는  모든 소음에 그저 ‘익숙해지는 이다. 고요 속에서 잠드는 일 또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다. 밤에도 거리의 오토바이 소리를 들어야 하고, 피곤에 절어 침대가 아닌 버스나 전철에서 잠들기 일쑤니까. 우리는 ‘고요’가 주는 황홀함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다.



이런 삶을 살다 보니,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음향 장비에 유독 관심이 간다. 에어팟 프로 이전에 필자가 사용하고 있던 음향 기기는 에어팟 1세대와 보스의 QC 35 2다. 에어팟은 기동성과 휴대성에 중점을 둔 가벼운 장비이고, QC35 2는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에 초점을 맞춘 묵직한 헤드폰이다. 두 제품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에어팟만큼 가벼우면서도 보스의 헤드폰만큼 차음성이 우수한 기기가 출시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기기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기존의 에어팟과는 다르게 <커널형>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된 ‘에어팟 프로’가 바로 그것이다.




에어팟 프로는 11월 13일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 필자는 그보다 하루 늦게 구매를 감행했으며 현재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두 달 전 출시된 아이폰 11 pro를 보며 애플이 붙이는 ‘pro’에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에어팟 프로는 그야말로 ‘pro’다. 왜 이걸 이제야 출시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다.




우선 사용하던 에어팟 1세대와 간단히 비교해보겠다. 디자인 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콩나물이라 비웃음 사던 기존의 에어팟 보다 유닛의 길이가 짧아졌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제 그 누구도 에어팟을 콩나물이라며 비난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오히려 에어팟 프로의 짤막한 디자인이 낯설게 느껴진다. 본체의 디자인 역시 변했다. 치실 케이스 같던 기존의 본체 디자인은 가로로 조금 더 넓어졌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 시 기본 4.5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나 노이즈 수용 모드를 끈 상태에서는 최대 5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통화는 최대 3.5시간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에어팟 2세대에 비해 통화 시간은 조금 더 길어졌지만 음악 재생 시간은 전작과 비슷하다.





필자가 에어팟 프로를 쓰면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역시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다. 본체의 포스 센서를 눌러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끌 수 있고, 반대로 노이즈를 수용하는 모드로도 전환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에어팟의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고, 특히나 중저음의 진동과 소음 감쇠에 아주 탁월하다. 소음으로 가득한 버스 안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해주면 곧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순식간에 고요함에 잠식되고, 이동 시간 동안 믿기지 않을 만큼  좋은 휴식을 취할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더불어 노이즈 수용 모드 꽤나  사용하고 있다. 카페에서 주문을 하거나 타인과 짤막한 대화를 나눌 때, 에어팟 프로는 깨끗하고 왜곡 없이 외부 소리를 받아들인다. 더불어 커널형 이어폰이 주는 불편한 착용감이나 이압이 올라가는 부작용도 타 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현저히 적다. 기존 에어팟의 가장 큰 장점인 편안한 착용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차음성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대폭 보완했다. 그러므로 필자는 에어팟 프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최근 구매한 모든 기기를 통틀어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사진 제공=<https://www.apple.com/kr/airpods-pro/>



출시 가격은 329,000원.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토록 자그마하고 가벼운 음향 기기가 이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에어팟 프로는 돈 값 하는 기기이다. 이만하면 가격 책정이 지극히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에어팟의 가벼움과 빠른 페어링 등의 장점은 직접 사용해보아야 느낄 수 있다. 또한 두 귀로 직접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만끽해보아야 소비 욕구가 샘솟는다. 제발 모두가 이 고요함을 느꼈으면 하는 필자의 간곡한 바람이 이 글을 통해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귀에 무언가를 꽂고 있다는 것도 잊을 만큼 남다르게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며, 중저음의 소음에 특히 강력한 노이즈 감쇠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에 콤팩트한 크기, 만족스러운 배터리 사용 시간까지. 에어팟 프로 덕분에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pro 출시로 인한 애플의 오명은 어느 정도 씻어냈다고 본다.



지속적으로 신경을 거스르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고요하고 평온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에어팟 프로만  선택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침묵과 고요도 돈으로 사야 한다.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가장 가볍고도 스트레스 없이 고요함을 선사하는, 지금  순간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사치품. 에어팟 프로 구매는 그야말로 '매우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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