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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영 Feb 18. 2020

현대인의 취미생활

원데이 클래스, 요가 그리고 다이어리 꾸미기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P 씨는 입사 후 일 년이 다 되어가자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선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이 지겨운 탓이다. 아는 얼굴과 익숙한 장소만 가다 보니 삶이 너무 무료하다. 새로운 얼굴과 처음 가본 장소에서 놀랍도록 참신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졌다. 가만히 누워있던 P 씨는 몸을 일으켜 가까운 서점에 가기로 맘먹는다.






1. 원데이 클래스 (요리, 플로리스트, 목공 클래스)



베스트셀러 코너부터 찬찬히 둘러보던 P 씨는 요리 서적 앞에 멈춰 섰다. 최근 채식을 시작한 탓에 요리에 관심이 좀 생겼다. 건강을 챙길 요량으로 시작한 채식이었는데 어느덧 환경과 동물 보호라는 명목이 생겼다. 덕분에 채식 생활에 탄력을 받아 50일째 무난하게 채식을 유지하는 중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한꺼번에 때려 넣고 올리브유를 살짝 둘러 볶아먹는 요리를 유독 좋아하는 P 씨는 책을 펼치자마자 충격을 받는다. a 채소는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고 영양소 파괴를 막기 위해 2분 내외로 가볍게 볶아야 하는 반면, b 채소는 푹 삶아 먹어야 위장에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지금껏 a와 b 뿐만 아니라 c, d, e까지 한꺼번에 볶아 먹어왔는데 이런 뜻밖의 상식을 접하게 되다니. P 씨는 스스로 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원활한 채식 생활을 영위하고자 스마트폰에 <class 101>이라는 어플을 설치한다. 식재료에 관한 기본 상식과 조리법을 알려주는 채식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class 101>


또한, P 씨는 종종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루로 끝나는 배움도 좋지만 훗날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생계유지를 위해 배워볼 만한 것이 있나 살펴보기로 했다.


instagram @vivreflower


그러던 중 친한 친구 J가 몇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꽃꽂이 클래스에 덩달아 관심이 생겼다. 취업과 창업을 목적으로 개설된 전문가 양성 과정이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영 관심이 없던 분야도 아니니 함께 배워보기로 했다. 미래의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지금의 이 밋밋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하나 얻게 되는 것 아닌가. 열심히 준비해서 2년 안에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겠노라 다짐했다. P 씨는 원데이 클래스로 시작한 배움이 미래 설계를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꽤나 만족스러웠다.




2. 정기 모임 (독서 모임, 넷플릭스 모임, 영화 모임)


https://netflix-salon.com


 P 씨는 플로리스트 수업이 없는 날이면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곤 했다. 출퇴근 시간에 조금씩 보기 시작한 수사물이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드라마의 엔딩 장면까지 시청한 그녀는 밀려오는 여운을 어딘가에 풀어야 했다. 두어 달 전 회사 동료가 <넷플 연가>(넷플릭스 드라마 시청 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라는 정기 모임을 소개한 것이 떠올랐다. 그래, 모임에 참여해보자.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정기 모임에 참여해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며 내면의 세계를 확장하자. P 씨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 보고 난 직후에 느낀 점,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새롭게 알게 된 점들을 차분히 적어 내려갔다. 얼른 이 감상을 그들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P 씨는 새로운 사람들과 나눌 색다른 깨달음으로 한껏 들떠있었다.



3. 요가와 조깅


배움에는 체력이 필요하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매일이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지만 섣불리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닥난 체력' 때문일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먹고, 저녁이면 스트레스로 폭식을 하고, 토요일엔 친구들과 과음을 하니 체력이 좋아지려야 좋아질 수가 없다.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instagram @nownme


P 씨는 체력 증진은 물론이고 정신 수련까지 가능한 <요가>를 배우고 싶었다. 찾다 보니 집 근처에 요가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고, 초심자들이 다니기에도 좋은 요가원인 듯 보였다.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에 개설되는 요가 수업이 있는지 선생님의 sns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그저 작은 결심이면 된다.) 다만 꾸준히 다니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만 빠질까, 고민하게 되는 순간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요가원을 다녀오면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운하고 만족스럽다. 그때의 기분을 곱씹으며 꾸준하게 요가를 배워보자. 더 나은 체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4. 다이어리 꾸미기 a.k.a 다꾸


P 씨는 육공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다이어리'를 갖고 싶었다. 마침 떠오르는 '어른들을 위한 취미 생활'이라고 하니 더 솔깃했다. 우선 다이어리의 사이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커버와 속지를 구매했다. 먼슬리 다이어리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데일리와 위클리 스케줄을 담을 수 있는 속지를 주로 골랐고, 바다를 좋아하는 터라 푸른색 계열의 속지를 추가로 구입했다. 육공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는 스티커의 공이 크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P 씨는 대형 서점의 문구 코너를 주 1회 이상 방문했다. 새로 들어온 스티커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사서 '데코 포켓'에 차곡차곡 모았다.



P 씨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 덕에 낱장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사진들이 많은데 이것도 열심히 꾸며보기로 했다. 마스킹 테이프와 스티커로 사진을 꾸미면 추억이 한층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한동안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고 그걸 꾸미는 것으로 풀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은 안정감을 주지만 권태감과 불안함도 느끼게 한다.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불안함으로 무기력해진 현대인들에게 P 씨의 새로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퇴보하고 있는 것만 같던 P 씨는 요가를 시작했고, 요리를 배웠고, 사람들을 만나 지난날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의미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회사 한편에서 자리를 지키는 당신의 시간 역시  무엇보다 유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이 채 가시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시작하고 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새로운 경험과 배움을 이어가는 스스로를 향한 자부심 덕분에 상황은 금세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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