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주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영 Aug 20. 2019

나도 이 세계에 살고 싶다  

모바일 RPG 게임 <메이플 스토리 M>


말하자면 끝도 없이 이어질 추억의 게임이자 내 멋대로 ‘소울 게임(소울 푸드에서 따옴)’이라는 명칭을 붙여주고 싶은 전설의 RPG 게임, 메이플 스토리에 관한 나의 이야기이다.


메이플 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나는 게임에 영 소질이 없다. 특히 승패가 나뉘는 격투 액션 게임에는 더더욱 재능이 없으며 따라서 관심도 없다. 주변 지인들처럼 진득하니 한 게임에 정착해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지만 어째 게임을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승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 일수도, 혹은 내게 얼마 없는 민첩함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늘 긴장이 되었다. 이기질 못하니 기분도 상하고, 또 질까 봐 ‘재도전’을 누르기가 겁난다. 남들은 재미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한다는데 나는 할수록 점점 더 위축되기만 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해왔던 게임이 바로 ‘메이플 스토리’이다. 또래 친구들 중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입문하기 쉬운 게임이다. 랜선으로 만난 얼굴 모르는 누군가와 겨룰 일이 없고, 상대방과 소통하지 않아도 혼자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는 RPG 게임 계의 전설. 늘 시작했다 하면 밤을 새워가며 레벨 업 하기 바빴던, 내겐 정말 추억이 많은 게임이다.


추억의 헤네시스 택시


PC게임이 성행하던 시절, 나는 동생과 눈만 뜨면 앞다투어 컴퓨터 앞으로 가 자리를 잡고 내 캐릭터를 키웠다. 나를 키우는 것보다 더 열심히 키웠다. 나를 꾸미는 것보다 더 열심히 ‘현질’을 해서 삐까번쩍한 옷을 사 입혔다. 메이플 스토리에 쓴 돈은 계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절, 내 캐릭터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연히 메이플 스토리가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주 진작에 나왔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음.) 몇 년 간 접속하지 않았던 메이플 스토리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였다. PC 게임으로만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메이플 스토리 특유의 (머리만 큰, 그렇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귀여운 캐릭터와 화려한 스킬 이펙트, 만 단위를 훌쩍 넘어가는 대미지 이펙트,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캐시 아이템들과 귓속말, 파티원들과의 대화 등이 이루어지는 채팅 창까지 모두 모바일로 구현된다는 게 새삼 신기하고 놀라워서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레벨 100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커닝시티


메이플 ‘스토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의 강점은 단언컨대 이야기이다.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과, 그 캐릭터에 부여된 설득 가능한 스토리. 유저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이입하기 쉽고, 때문에 한번 몰입하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달리게 하는 게임이다. 실존하는 세상처럼 다양한 나라와 마을이 존재하고 각 마을을 지키는 npc들도 마치 내 주변 지인이 된 것 같은 상상에 빠지게 한다. 각 마을의 특성과 분위기에 맞게 변하는 배경 음악도 사람 참 설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게임 제작자가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메이플 스토리 유저들은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게임에 몰두한다. 이는 앞서 말했듯, 나를 키우는 것보다 더 열심히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게 하고,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는 일이 곧 나를 키우는 일이라는 강한 착각이 들게 한다는 뜻이다. 다른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모바일로 메이플 스토리를 pc게임만큼의 퀄리티로 즐길 수 있게 되니 밤낮없이 속수무책으로 중독되고 있다. 지금 이 중독성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과거 전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길진 않을 것이다. 메이플 스토리만큼 단기간 안에 확고한 열정과 돈을 쏟아 부운 게임이 있을까. 몰입도가 매우 강하지만 몰입 기간은 길지 않다는 것도 이 게임이 가진 특징임으로 혹여 이 글을 보고 있을 내 지인들은 나를 게임 중독으로 너무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이 또한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 분명하니까.



사는 것, 살면서 자라나는 것, 발전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디다.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있는지 영 드러나지 않으니 불안하다. 내가 사는 세상이 메이플 스토리라면 나는 지금 레벨이 몇 정도일지 생각한다. 무의미한 공상 같지만 깊게 파고들다 보면  분명 마음이 헛헛해질 것이다. 실제 우리가 사는 게 보이지 않는 퀘스트와 공격, 방어의 연속이고, 직업을 가지는 일도, 내 기술을 연마하는 일도 고통스러울 만큼 힘들다. 그래서 메이플 스토리가 좋다. 가끔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수치로 내 수준을 점치고 속도감을 느끼며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다. 빠르게 올라가는 경험치를 통해 담력이 생기고 자신감이 붙는, 현실과 같으면서도 다른 나의 소울 게임. 언제든 삶이 권태롭고 공허한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 편히 찾아 들어갈 수 있는 ‘메이플 스토리’, 함께 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요는 돈으로 사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