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여기에 30층 짜리 아파트 10동만 들어서잖아요? 그럼 주변 상점부터 동네 쓰레기통 뒤지던 개까지 몽땅 배부르게 먹고살게 돼요. 원래 우리랑 비슷한 급이었던 옆 동네도 재개발해서 집값이 벌써 우리랑 10억씩 차이 난다고요. 잘 먹도 잘 살자는 건데 왜 반대하세요?”
한 중년 남자가 따지듯 물었다. D는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개발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동네를 활성화할 가능성은 있죠. 그러나 저는 아직 이 개발을 결정하기 전에 환경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걱정됩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그는 주민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말했다.
“제가 이 자리를 만든 것은 제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제 역할은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각자가 가진 우려와 기대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D의 단호함에 사람들은 그만 입을 꾹 닫고 돌아갔다. 개중에는 다음에는 절대 표를 주지 않겠다며 벼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주민들의 반응에 불안해진 것은 보좌진들이었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보좌관이 D에게 따져 물었다.
“의원님, 조금 더 단호하게 찬성 쪽 의견을 밀어붙여도 되지 않았을까요? 선거 얼마 안 남았고, 지역민들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거면 믿고 가시는 게...”
그러자 D 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만으로 결정을 내리면 안 돼. 난 도시 기획 전문가도 아니고 법전만 판 판사 출신이라고. 내가 가진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했다가는 분명히 실수가 나거나 문제가 생길거야.”
D는 보좌진들의 한숨에 빨간색 작은 노트를 꺼내 들었다. 지역을 돌아다닐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고 다니는 노트였다. 그는 이 노트에 하루를 돌아보는 기록을 남겼다.
“내가 가끔 너무 느리게 결정한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반대편, 혹은 여(야)당이라고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업을 비뚤게 봐줘요. 이걸 진행하게 될 경우여(야)당의 공격 포인트는 어디에 있을 것인지, 책 잡힐 만한 문제가 있는지,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더 촘촘히 완벽하게 준비해서 저 쪽에서도 이만하면 괜찮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리고 며칠 뒤, D는 공문을 통해 개발 계획을 잠정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그는 환경 평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방안을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찬반 양쪽에서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D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진 리더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민들, 비서진들과 함께하는 리더임을 보여주었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객관화할 줄 아는 리더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 등을 명확히 이해한다.
자만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지 않고,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팀원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다. 특히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외부의 평가에 열려 있어 자기 발전의 기회로 까지 활용하기도 한다.
다른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 공감하는 능력이 높아 팀원들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으로 팀원들에게서 '리더'로서 인정받고 환영받는다는 점이가장 박수받을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