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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뇨리따 Mar 10. 2019

회사는 별책부록

삶에 회사는 별책부록일뿐. 퇴사가 집어삼킨 사람들은 100만톤이 넘는다

사회생활 초년생이라면 한번은 들어보았음 직한 문장이 있다.


회사에서 친구 사귀려하지 말아라.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그래도 있을거라고 믿었다. 회사 친구.

그리고 그 동안의 짧은 사회생활 동안 나는 이성적으로만 금기시해왔던 회사친구를 꽤나 많이 만들어 왔다. 


- 회사 친구와 퇴사하고 한달 유럽여행 다녀오기

- 회사 친구 결혼식 날 부케 받아보기 (2회)

- 회사 친구가 애인과 헤어지면 호캉스로 기분전환하기

- 회사 친구 아들내미 봐주기 등등등


그렇게 회사 친구는 나름 순항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금의 회사에서. 완전히 깨졌다. 완전이 말 그대로 (literally) 아작이났다. 

믿고 싶은 사람이 없어졌다.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졌다. 믿을 만한 사람도 없다.


나름 직장생활 경력이 쌓여 가면서, 믿을 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릴 줄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여기는 어찌된 일인지 개개인의 단결력이 강해질수록 회사가 모두의 믿음을 와장창 깨버린다. 


입사한지 5개월만째 되던 날.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내게 A대리님 전화가 왔다.


"대리님, 나 내일 퇴사해"

"뭔 소리야. 나 이틀 회사 안나간다고 퇴사한다는거야? 좀 만 참아~"

"아냐 나 진짜 퇴사해. 대리님 회사 돌아오면 나 없을꺼야. 놀라지마"

"헐... 뭐야 장난 아닌거 같은데. 아 왜그래~ 나한테 왜그래!"


이렇게 이대리님이 떠났다.

그리고 1주일 뒤. B대리가 커피한잔 하자고 밖으로 날 불러냈다. 그리고 던진 한마디.

"대리님, 나 내일 퇴사해."


이정도면 저주다. '대리님~ 나~~ 내일 퇴사해~~~ 나 간다~~' 돌림 노래도 아니고 피리부는 소년이 있는건지... 저주 받은 마을처럼 퇴사의 물결이 이어졌다. 


음모, 모략, 남이 한일이 그녀들의 탓으로 완벽하게 스토리 메이킹 되면서 그녀들은 떠났다. 물론 그때마다 조선시대 농민봉기처럼 들고 일어나 '니들의 죄를 니가 알아야한다! 왜 저들이 나가야 하는가!' 혈서를 쓰며 잘잘못을 따지고 싶었지만 난 그럴 자신이 없었고. 용기가 없었다. 그때 내 내이 31살이었다. 


한해가 지나고, 난 그럭저럭 들숨과 날숨을 내쉬고 내뱉으며 회사 생활을 영위해갔다. 

말 그대로 유지해왔다. 



...



폭풍같은 한해가 지나고, 

회사는 크게 성장하며 소위 SKY, 해외대 출신의 사람들이 점차 회사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입사 초반의 사람들은 점차 뒤로 잊혀져가면서... 그 그림자가 어둠의 색이 더 깊어지기도 전에 조금씩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즈음. 그녀가 나를 찾았다. 


"대리님, 나 내일 퇴사해."

이젠 놀랍지도 않다. 근데 궁금한건 대체 왜 다들 하루 전날 날 찾는걸까. 미리 좀 말해주면 나도 아쉬움의 흔적을 같이 지워나갈텐데. 아니 그들의 결정을 조금이라도 지워보려 했을텐데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게 C과장님도 회사를 떠났다. 


퇴사 유행은 그 해에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 삼켰고 나는 수십번 "대리님 나 내일 퇴사해"를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아무리 들어도 안 놀랄 수 없는 말. "나 내일 퇴사해"는 17, 18, 19년도 주기적으로 날 놀라게 했다. 


다가올 내일의 월요일. 새로운 태풍의 눈안에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갈길을 못잡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떠날것이며, 난 과연 몇번의 "나 내일 퇴사해"를 듣게 될까?


결전의 날이 있을 다음주의 시작.

나도 퇴사할지 말지 고민하러 가보렵니다.


나 내일 퇴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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