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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May 15. 2024

부처님을 보았다

부처님 오신 날


불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처음으로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조금 늑장을 부렸더니, 치악산 입구부터는 길이 많이 막혔다.

그 길목에만 절이 세 개가 있으니, 당연한 일인 것을 닥치고 나서야 깨닫는다.



나 아직 절을 하는 것도 서툴고

불경을 외는 것 더 서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너무 먼 것 같다.

아직은 법회가 끝나고 나누어 주시는 떡에 더 관심이 많다.

'오늘은 무슨 떡이?'

부처상을 바라보기 전에 떡에 먼저 눈이 간다.

절에서 나누어주는 떡은 시장에서 산 것보다 훨씬 맛있다.



마음의 평안을 찾으면 내가 부처가 된다는 주지 스님의 말씀을 따라 하는 건 쉽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은 너무 멀어 보인다.



떡을 받고 비빔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바로 뒤에 서신 분이 전화 통화를 하는 게 고스란히 들렸다.

엄마와 통화 중인 그분은

남동생이 최근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나 보다.

안부로 시작한 엄마와 통화는  동생 걱정으로 이어졌다.



동생에게

아이 신경 쓰라고,

밥 한 끼 한 챙긴다고 큰 일 안 난다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 아빠가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 하 게 중요한 거라고,

행여나 빈 말이라도 죽고 싶단 말 같은 건 절대 하지 말라고,

누나가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 말하라고.



어쩜 그리 구구절절 맞는 말씀만 하시는지,

나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동생 분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혼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부럽다는 생각을 갖다니, 내가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시련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내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나에겐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그래서 너무 오래 힘들었는데,

왜 내겐 이런 누나 같은 분이 없는 거지.



잠시 한탄을 하다가

밥을 먹으며 마음을 고쳐 먹었다.



어서어서 힘을 내어 살아보자.

그래서 나도 누군가의 누나가 되자.

그 누나분이 오늘 본 부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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