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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Jul 13. 2024

무기력에 기대어

연재가 두렵습니다

내일은 연재일입니다.

라는 알림이 오면,

시험 전 날의 학생처럼 정신이 없어집니다.


얼마나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래서 브런치 작가가 되어 얼마나 좋았는데,

요즘은 밀린 숙제를 하듯 글을 씁니다.

뇌가 정지된 것 같습니다.


요즘 나의 문장이 힘도 없고, 그러다 보니 글이 그렇게 재밌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께 위로를 받습니다.


30대의 저는 어설프나마 위트도 감각도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50이 되었으니, 50에 걸맞게 성숙해져야 할 텐데, 저의 글은 시간만큼 익어가지 못하고, 만큼 낡기만 한 느낌입니다.


글쟁이로 살겠다는 마음을 일찍 바꾸어 먹었다면 삶이 이 정도로 고되진 않을 거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차마 놓진 못합니다.


두 번 드라마 제작사에서 원고를 썼지만,

두 번 다 실패했습니다.

-넌 작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라는 말을 들었더라면, 차라리 포기가 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작사를 둘러싼 외적 환경이 제가 그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만들었고(사실 드라마 시장엔 이런 일이 아주 많습니다.)

제작사 대표는 제게 미안해했습니다.

그러나 제 노력과 대표의 미안함에 비해 보수는 형편없었습니다.

이런 실패는 실연의 아픔보다 더 깊은 후유증을 남깁니다.

소설은 잘 안 팔린다 하더라도

책으로 발간되긴 했는데, 드라마는 아무 이력이 되지 못하니까요.



성공을 경험한 사람은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내가 성공한 기억이 없어서 무기력한 걸까?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잖아. 나는 아직 다섯 번 밖에 안 넘어졌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해보지만 그러기엔 전 너무 세게 넘어졌고, 이젠 나이도 많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네요.


이렇게 화창한 주말에 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네요.

비가 오면 비가 와서 힘들고, 날씨가 좋은 날은

풍년에 가난이 더 서럽듯(속담입니다) 저만 우울한 것 같아 괴로움을 하소연해 봅니다.






추신)'브런치 작가됐다고  지가 뭐 대단한 것마냥 폼 잡는 사람들이 한심하다.'

어느 출판사 편집자가 스레드에 이런 글을 써놨더군요.

개의치 마십시오.

지방에서는 글 같지 않은 글을 가지고, 문화재단에서 출판비를 받아 종이책을 내고 시인이라고 폼 잡고 다니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그게 국민 세금인데 말이죠.


브런치 작가 분들이 훨씬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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