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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Jun 14. 2023

글쓰기를 염두하고 산다는 것



  매일 글쓰기 챌린지가 끝났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꽤나 꾸준하게 블로그에 기록을 해왔지만 글다운 글을 한번 꾸준히 써보고 싶었다. 또, 백수가 되고 나서 공허함과 불안감이 몰려올 것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챌린지를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 다음 인생 미션이라는 것이 주어졌지만 그럼에도 이 미션이 나와 어떤 이질감으로 붙어 함께 걸어나갈 지 모를 일이다 여전히. 그 두려움에 대해서도 글쓰기로 하여금 부담을 상당히 덜어냈다. 어쨌든 난 왠지 뭐가 됐든 글쓰기, 일기 쓰기 그런걸 평생 떼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홀린듯이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한 것 같다. 바빠질 걸 알면서도 왠지 해야만 할 것 같은 이끌림으로 도전한 거다.


  첫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쓸 것을 다짐했다. 그래서 자기 전에 글감 몇 개를 정하고 잤다. 챌린지에 임할 9개-10개 글감을 모두 정했지만 의외로  착 붙는 글감은 즉흥적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글감은 미리 정하고 잠드는게 좋았다.) 매일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고 막막했다. 매일 진지하게 말할 거리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느낌이 좀 들어서 이걸 정말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주 후반쯤으로 갈 즈음으로는 아침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앞선 의욕이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숙제로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2주가 끝나 챌린지가 끝났다. 그런데 왠지 압박감을 내려 놓으려니 약간 섭섭하기도 하다. 짧은 기간동안 느낀 성취감 때문일테다.  글 하나 쓴 것 만으로도 하루의 반은 제대로 채운 것 처럼 포만감이 느껴졌으니까.


  글쓰기를 아예 안하고 산 건 아니었지만 작정하고 글쓰기를 하려고 맘 먹고 일상을 보내는 것은 예전과 꽤 달랐다. 나름대로 일상에서 소소한 의미부여를 하며 기록하고 살았음에도 이번 글쓰기 챌린지로 의미부여에 질이 달라진 것이다. 나 혼자 볼 글쓰기를 하다가 누군가와 공유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글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보통 스칠듯 한 의미부여는 글감이 잘 되지 않는데 두번, 세번 기억이 나면 글을 쓰게 됐다. 그런데 이번엔 하루에 한번씩 써야하니까 빠르게 지나가는 생각도 다시 한번 붙잡아 보고, 메모 해보고 하루 사이에 두번, 세번 글이 써질만한 주제인지 자문을 하게 된 거다. 


  다시 예전 처럼 느슨한 일상 기록을 하게 될 지라도 이번 2주간의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마치 학창시절 수련회를 다녀온 것 처럼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개인 블로그라는 속이 훤히 보이는 울타리 안에 세세한 글로 잘 남아있게 되었으니까 안심이다. 가끔 되돌려보며 삶을 정성껏 살아야겠다.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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