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난 요즘 일명 '수친놈'이라고. 주 5일 퇴근 후 수영을 하는 나의 친구만큼 미쳐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 3회 수영강습에 안 가면 큰일 날 것 같은 나에게 이 정도라면 '미쳤다' 수준이라고 할만하다.
중급반으로 합류되고 접영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꽤 힘들었다. 틈틈이 유튜브로 접영 영법을 보았다. 수영 가기 전에 약간의 긴장을 할 정도로 접영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접영 부진으로 인해 힘겨웠던 이유는 이렇다.
1. 팔이 안 돌다.
2. 조금 돌린다고 돌려도, 앞으로 안 나간다.
두 가지를 한 가지 문제로 볼 수도 있는데 팔이 안 돌아가는 것에 대한 답답증, 팔을 돌리려는 시도를 하면 몸 전체가 물속으로 가라앉게 되면서 결국 두 발로 서게 만드는 것이 나를 계속 좌절시켰다.
내 뒤에 따라오던 분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출수킥과 팔 돌리기를 함께 하면 앞으로 조금 나아간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쉽게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분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내가 다가가 귀를 대고 몇 번 더 말씀해 달라고 다시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조언해 주신 분의 용기와 나에 대한 안타까움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먼저 출발하시겠다고 하셨다. (ㅋㅋ)
어제는 나의 접영이 달라졌다. 항상 조금 더 일찍 수영장에 가서 빈 유아풀에서 몸을 풀어왔던 덕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팔이 조금씩 돌아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험했다. 안정적인 접영을 하시던 같은 레일의 연장자 수강생분이 "오! 앞에서(보니) 얼굴이 나와요. 진짜 확 늘었어!" 라시면서 "이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실력력이 느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엄지 척)" 해주셨다. 나만 느낀 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평가가 좋아지니 정말 힘이 나서 진심으로 감사했고, 지금까지 내가 많이 힘들어 보였구나.. 싶기도 했다. 잦은 지적보다 몇 바퀴 더 돌며 스스로 터득하는 방식이 나랑 더 맞는다는 것을 알아서 선생님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동네에 주 5일 수영을 다니는 수영 전도사님이자 나의 친구가 사는데 어제 고구마칩을 너무나 많이 사서 현타가 올 지경이라고 나에게 좀 가져가라고 했다. 마침 수영을 마치고 만나게 되어 수영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미약한 발전썰(?)을 자랑했고 한참을 영법이야기를 했다.
팔 어깨 언저리가 뻐근한 이 기분이 참 좋다.
이 여름엔 꼭 접영을 안정적으로 익혀서 25m 쉬지 않고 완주하기를 성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