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컨트롤 하자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동안 글을 연재하지 못했지만, 이제 생각이 조금 정리되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임신 28주, 첫 육아휴직을 앞두고 내가 내린 결론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2~3년간 나의 피땀눈물로 일구어온 프로젝트들이 연말쯤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6월부터 휴직을 들어가게 되어 내가 그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게 되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프로젝트를 놓지 못해 초반엔 어떻게든 끌고 가려했다. 내가 힘들게 차려놓은 밥상을 냄새만 맡다가 남에게 넘기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몇 달간 마음이 힘들었지만 비우고 나니, 어차피 내가 마침표를 찍지 못할 거라면 잘 마무리해 줄 사람을 찾아 인수인계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내 자식 같은 프로젝트를 위하는 길이자, 함께 고생한 팀원들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 전엔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다음 사람이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잘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충분히 백업해 주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과장이 되다 보니 대가리가 커서 그런지, 가끔 위아래 따지지 않고 내 마음대로 뚫고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휴직을 하지 않는다면 잠깐 얼굴을 붉히더라도 업무를 진행하면서 관계가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휴직을 하게 되면 출산휴가까지 최소 1년 이상의 공백이 생긴다. 나 없을 때 그 사람이 뭐라고 내 이야기를 떠들지도 모를 노릇이고, 휴직 중 갑작스럽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가끔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오더라도 무조건 참자.
임신 초기에는 몸의 변화가 없는 상태라 왜 내 업무를 다른 사람들이 자꾸 뺏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출산 직전까지 아이와 일을 멋지게 병행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땐 몰랐다. 몸이 무거워지면 회사에 오는 것조차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대략적인 컨디션을 말하자면, 8~16주 동안은 공포의 입덧, 18주부터는 배가 점차 불러오고, 24주 이후부터는 물만 마셔도 소화가 안 될 것 같이 배가 커진다. 또 예기치 못한 병원 방문 일정이 생기기도 했다. 연차를 아껴서 출산휴가 전에 쓰려고 계획했지만, 3월에 컨디션 저하로 병원을 자주 가서 연차 5개를 날려버렸다. 초기 컨디션이 끝까지 간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적어도 임신 중기부터는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미리 스케줄을 조정하자.
마음도, 업무도 비우고 나니 한결 회사 오는 것이 편해졌다. 지금은 출산휴가까지 한 달 남은 시점이라 쉬엄쉬엄 인수인계하면서 회사에 점심 먹으러 오고 있다. 돈은 그대로 받으면서 이 정도 업무량이면 개꿀 of 개꿀인데 나는 왜 내 욕심을 놓지 못했을까? 임신 초기 파이터였던 나를 반성하며, 지금은 아기와 나에 오롯이 집중하고 복직하고 멋진 워킹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