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이뤘으면 직장생활에 목숨 걸지 말자

그 정도 가치가 있진 않으니까, 내 삶에서 더 중요한 걸 챙겨야지!

by 출근하는 누군가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 직장 생활 10년 만에 현타를 세게 맞은 시점은 회사에 임밍아웃을 한 순간부터이다. 이직하고 약 6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 어학 성적, 고과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정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나는 지원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프로젝트를 발의하는 부서가 아니라 발의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PL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우리는 연초에 1년에 대한 업무를 할당 하는데 연말이 되면 내 전화기는 항상 불이 났다. 바로 다음 연도에 나와 함께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러브콜이었다. 팀 리더가 프로젝트를 배정하기 때문에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고 그래서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전화가 내가 그동안 업무를 잘했다는 증거 같아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회사에 임밍아웃을 하면서 모든 건 180도 달라졌다.


PL들은 프로젝트의 연속성을 걱정하며 출산 휴가를 앞둔 나보다 대체 인력을 선호했고, 빠르게 손절했다. 팀에서도 평가 대상이 아닌 내가 주요 프로젝트를 맡는 것은 욕심이라는 반응이었다. 출산휴가까지 6개월이나 남았고, 최대한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을 떠난 프로젝트들은 다른 동료들에게 배정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이게 워킹맘의 현실인가…’ 싶어 암담하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뱃속의 아이에게 "미안해, 엄마도 이런 변화가 처음이라 멘탈을 잡을 시간이 필요하단다"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선배들이 있었다.


내 위로 능력 있는 여자 선배들이 많았지만, 육아휴직을 다녀온 뒤에는 모두 열정을 잃고, ‘아이 잘 키우면서 소소하게 월급 받는 삶’을 목표로 삼는 듯 보였다. 예전엔 왜 저러지? 싶었지만, 이제는 그 선택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변화를 겪으며 나는 내 인생의 "주"와 "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성취가 내 삶의 주(主)였다면,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 아내, 딸로서의 역할도 균형 있게 해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 생활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여러 역할에 동등한 중요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래, 어느 정도 이뤘으면 더 이상 직장 생활에 목숨 걸 필요 없잖아?

앞으로 내 삶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방향을 잡아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