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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ina May 18. 2024

[번외] 시험관 성공의 8할은 남편의 몫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요.


시험관 고차수로 올라갈수록 육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힘들다고 한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면서 관련 커뮤니티를 가입해 활동 중인데 정신적인 힘듦 중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남편인 사람들이 많았다.



시험관 시술 과정은 아내 혼자서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 99%이다.




과배란 주사부터 호르몬 약, 질정, 난자 채취, 그에 따른 부작용까지 모두 아내의 몸에서 일어나게 된다. 반면 남편의 경우 난자 채취 당일 한 번의 정액 채취만 하면 된다. 보통은 과배란을 해서 15개 이상 채취하기 때문에 동결배아가 5개 정도 나왔다고 가정하면 남편은 반년동안 딱 한 번 병원의 방문만 하는 셈이다.


시험관 시작 직전 난임 병원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다. 그 동의서 안에는 시험관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부작용들이 적혀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술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하는 것이다. 사정상 동의서를 받을 때 혼자 병원에 방문했었는데 간호 선생님께서 집에 가서 꼭 남편에게 이 동의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라고 신신당부하였다. 그때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기억이 난다.

"시험관 시술의 모든 과정이 끝낼 때까지 남편분이 배아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시험관의 대부분 과정을 아내가 진행하기 때문에 기본 용어인 배아조차 모르고 시험관 시술을 끝내는 남편이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내 남편은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주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시험관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하라는 나의 요청을 약간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느낌도 있었다. 과배란 8일 차쯤 호르몬의 미친듯한 변화로 감정을 주채하지 못하고 남편 앞에서 펑펑 울며 시험관의 두려움에 대해서 쏟아낸 적이 있는데 그날 이후로 남편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어차피 육체적인 고통은 다 내 몫인데 남편의 관심과 응원이 큰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그 효과는 컸다. 나의 경우엔 자가주사 때 남편이 하는 것보다 내가 직접 놓는 것을 선호하였는데 옆에서 알코올 솜이라도 들고 있겠다고 챙겨주는 모습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난자 채취 후 내 몸이 회복되기까지 남편이 집안일을 도맡아 해준 덕에 복수도 거의 차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보니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목표 의식도 뚜렷해졌다.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어야 한다. 절대적인 나의 지지자로, 보호자로 함께해 주어야 아내가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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