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의식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브랜드 마케터는 브랜드의 A부터 Z, 즉 시작부터 끝을 책임져야 한다. 당연히 브랜드에 대한 ‘주인 의식’은 마케터에게 필수적 덕목이다. 주인 의식이란 마케터가 브랜드를 의욕적, 적극적,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내가 이 가게의 주인이 된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 내 가게라고 생각하면 뭐하나 허투루 둘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이 올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고객이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된다.
사실 회사의 브랜드는 ‘나의 브랜드’가 아니다. 솔직하게 회사의 브랜드가 잘 된다고 나에게 월급 외에 금전적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주인 의식’이 필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관리 감독 역할을 하는) 마케터가 주인 의식을 가졌을 때 좋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인 의식의 다른 말은 ‘몰입’인 것 같다. 몰입은 브랜드를 탄탄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제주’ 관련된 브랜드를 기획한 적이 있다. 예쁜 제주어로 브랜드 이름을 짓고 곳곳에 제주어로 카피를 써서 머무는 동안 제주 느낌을 물씬 주고 싶었다. 원하는 단어를 찾기 위해 제주어 사전을 찾고 제주어 카페를 가입하고 제주 유명 명소의 옛 이름과 유래도 찾아보았다. 브랜드를 기획하는 동안에는 온통 머릿속에 ‘제주’만 생각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제주어로 된 브랜드 이름과 카피를 알아보고 후기를 남겼다. 몰입한 만큼 브랜드 기획 의도가 제대로 전달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 의식은 마케터만 가져서는 안 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브랜드는 혼자서 만들 수 없다. 마케터가 브랜드 기획하고 메뉴 개발자가 메뉴를 기획 및 개발하고,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객에게 요리를 하여 제공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안에서 마케터는 브랜드의 기획 의도와 주인 의식을 현장 직원들과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기획한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나 혼자만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멋진 브랜드 기획이라고 생각했고, 고객에게 제공할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나는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협소한 매장에서 오랫동안 메뉴를 만들면서 지친 직원들에게는 내가 전달한 콘텐츠가 너무 많았다. 결국 일부 콘텐츠는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 했고, 어떤 콘텐츠는 마구잡이로 섞여 의도를 알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나는 혼자 의욕에 넘쳤고 정작 (고객과의 최종 접점인) 점포 직원들에게는 기획 의도를 공감시키거나 브랜드의 주인 의식을 심어 주는데는 소홀했던 것이다. 이처럼 주인 의식은 마케터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가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