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예전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케터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글에 찬반 논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당연히 YES다. ‘마케터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기본적으로 마케터가 글을 잘 쓰면 업무에 도움이 된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쉐프는 메뉴를 선보이지만, 마케터는 ‘글’을 통해 고객에게 말을 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인이나 카피라이터처럼 대단한 글쓰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여 압축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케터는 그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외식 마케터는 시즌마다 신 메뉴 홍보물에 ‘콘셉트 제목, 콘셉트 설명, 메뉴 이름, 메뉴 설명, 프로모션 내용 등을 써야 한다. (물론 어떤 부분은 상황에 따라 생략하기도 한다.) 기획했던 콘셉트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정리하여 홍보물에 녹여 낸다.
그런데 종종 정리되지 않은 문장을 볼 때가 있다.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한 문장에 있거나, 문장 호응이 맞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이면서 흔히 하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은 마지막에 한 번 소리 내어 읽음으로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지나치게 멋부린 표현도 지양한다. 군더더기 표현이 많으면 읽기가 힘이 든다. 마케터가 쓰는 글은 대부분 대중에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멋지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잠시 내려 두자. ‘고객이 무엇을 궁금해 할까?’, ‘콘셉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한 문장이 길어질 때도 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때는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을 함께 기획해야 한다. 콘셉트의 핵심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핵심가치를 나열하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모호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문장을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점은 (일반 글과 달리) 홍보물 안에는 글 쓰는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종종 공간에 맞추어 글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열심히 쓴 글은 안타깝지만)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핵심 메시지만 남겨야 한다.
마케터의 글쓰기는 ‘문장’도 중요하지만, ‘단어 선택’도 예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감도 달라지고 의미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딸기 크림 라떼’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선택해보자. ‘달콤한 딸기 크림 라떼’라고 쓸 수도 있지만 비슷한 의미의 ‘달곰한’과 ‘달짜근한’을 쓸 수도 있다. 콘셉트와 전체 홍보물을 고려해보고 어울리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생소한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향기롭고 달콤하다는 뜻의 ‘방감(芳甘)한 딸기 크림 라떼’라고 쓴다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 할 것이다. 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신선한 표현이 있으면 좋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한다.
더 나아가 글쓰기를 잘하면 기획서를 쓸 때도 도움이 된다. 글쓰기는 기승전결과 논리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러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스킬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글’ 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는 시대이지만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 정성 들여 쓴 만큼 글 쓰는 사람의 진심이 읽는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