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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Mar 31. 2023

공간의 분위기가 독서에 주는 영향

독서를 본격적으로 한 이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호러 단편집을 이번달에만 2권을 접했다. 다수 작가들의 단편들을 엮은 도시, 청년, 호러와 맨부커상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된 저주토끼였다.


일단 결론은 도시, 청년, 호러는 재밌었는데 저주토끼는 별로였다. 전자는 매우 공감되고 비교적 현실적이었는데, 저주토끼는 뭔가 현실의 문제의식을 담는 것 같지만 필요이상으로 고어스러우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클리셰 투성이었다. 어떻게 맨부커 후보에 올랐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두 권의 비교를 결론내기에는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두 권을 읽은 시점과 장소가 달랐다.


도시, 청년, 호러의 경우 북티크 서점의 심야독서에서 읽었다. 토요일 늦은 밤 경의선 숲길에서 살짝 접어드는  골목길에 위치한 북카페 안에서 독서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끼리 각자 몰입하고 있던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읽은 책이 잘 서술된 덕일수도 있겠지만 책이 술술 읽혔다.


저주토끼는 다른 곳에서 읽었다. 북카페 등의 공간을 돌아다닐 적에, 이른 아침 포스코 타워의 테라로사에 들렀다가 예전에 인스타로 보고 방문해보고 싶었던 북쌔즈라는 곳으로 향했다. 오전 10시경에 들어서서 들러봤다. 그때까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2층은 거의 비었고, 1층은 담소 나누는 테이블이 두 군데 정도 있었다. 공연 목적으로 대관 시 쓰일 것 같은 피아노 곁에 자리 잡고 독서를 시작했다. 


보통 점심시간이 이르면 11시 30분 이어서인지 점점 사람들이 몰려왔다. 급기야 1층이 만석이 되고, 왁자지껄 소음이 거의 시장통 수준이었다. 아마 책 읽는데 집중하고자 들어간 에너지가 컸으리라. 음식도 분위기에 따라 제대로 맛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독서라고 다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원래 독서는 조용하거나 약간의 백색소음 삼을만한 수준의 노이즈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북쌔즈나 그 시간 방문했던 사람들을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읽은 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한층 세심해질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분위기뿐일까. 혹시라도 책이 다른 책과 비교해서 별로였다면 책만이 문제였을지, 독자인 자신이 문제였을지 또 다른 변수가 없었을지 살펴볼 일이다. 


사진: UnsplashDrew Cof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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