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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Mar 07. 2023

내 인생에 두 번째 소중한 선물

 형은 아우보다 9년이나 일찍 태어났다. 자신 주위의 모든 것을 느끼고 인지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 자서전을 써보라면 시작될 첫 장면부터 줄곧 동생을 원했다. 형이 어렸을 적, 어린아이의 눈에는 아기를 가진 임산부의 볼록한 배가 라면을 먹고 난 뒤 부른 자기 배와 비슷해 보였다. 그래서 형은 엄마한테 틈만 나면 동생 가지게 라면을 드시라고 권했다. 그러다 어느 날 형의 간절한 바람대로 아우가 태어났다.


  부모님은 일과 아우 돌봄으로 바쁘셨다. 그 누구의 악의 없이 우선순위가 밀린 형은 아무것도 몰랐다.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할지 몰랐다. 반면, 아우는 무엇이든지 열심이었다. 그토록 동생을 원할 때는 언제고, 할게 뭔지 몰라서 게임만 하느라고 귀여운 아기였던 동생을 방에 내버려 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우는 형을 좋아하고 잘 따랐다. 


  고등학생이 된 아우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학원 다니느라 쉴 새 없었다. 아우가 집에 돌아올 때면 형은 형제들만의 편의점 야식 정식과 무한도전이나 웃음 짤등 순수하게 웃고 즐길거리들을 준비해 놓았다. 한주가 저무는 일요일 자정이면 형제는 편의점 음식과 영상들을 보며 마냥 웃었다.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은 까맣게 잊을 정도로 형제가 그 순간에 함께 행복했다. 


  형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빗소리와, 촉촉이 젖은 바깥의 냄새를 좋아한다. 누가 둘도 없는 형제 아니랄까 봐 아우도 같은 것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창가에서 빗소리를 듣거나 일부러 단지 내 정자에 가서 쏟아지는 비를 함께 감상했다. 


  형제는 그곳에서 가끔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순간만큼은 형과 아우라는 관계를 넘어서 동료가 되었다. 서로의 꿈을 순수하게 응원하며 바라보는 둘도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다가도 시원한 빗소리가 깔리면 말없이 가만히 소리에 집중한다. 어떤 모습인지 상관없이 꿈에 대해 허물없이 공유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좋아하는 이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는 것은 더 말할 필요 없는 행복이다.

 

  형은 미래가 불안했다. 우선순위가 밀린 탓이 아니었다. 형은 아우에게 모범이 될만한 것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지만, 아우는 형을 따르며 훌륭하게 잘 자랐다. 형은 어린 아우임에도 무엇이든 그에게서 부족한 것을 배우고자 했다. 어린 시절 보여주었어야 할 모범을 지금부터라도 보여주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내 아우로서 살아간다는 게 참 고달프겠다는 생각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혼자 법 없이도 살 것처럼 굴던 형이 세상밖에 모습을 드러내며 감사하게도 따뜻하고 훌륭한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형은 사람들과의 유대를 놓지 않기 위해서도 본업에 노력하지만 모두 아우와의, 가족과의 풍요로운 시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컸다. 


  형제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선택이었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 헌신하신 부모님에 대한 선택 해서 짊어진 책임, 믿고 지켜봐 주는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각자의 신념과 의식을 떠올리면서 서로가 걸맞게 행동하게끔 용기를 준다. 혼자였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전혀 안될 정도로 삶을 차지하는 순간과 영역이 상당하다.


지금도 가끔 아우가 없었다면 어떻게 지냈을까 가늠이 안 되는 싶은 순간들이 있다.

나는 아우가 내 아우로 태어난 것이 부모님을 만난 것에 이은 인생에 큰 선물이다.


사진: Unsplashjuan pablo rodrigu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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