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를 완주했다. 앉은 채로 몰아서 본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시즌 도중 못 참고 요약영상으로 중간을 건너뛰면서 시리즈 완주 경험이 오래되었는데, 1화씩 쪼개 보다가 10회까지 요약 영상 없이 마쳤다. 확실히 넷플릭스가 (디즈니 보다) 스포츠 다큐 영상을 극적으로 잘 만든다.
마이클 조던 : 라스트 댄스는 조던의 커리어 마지막 해 마지막 우승의 모습을 그의 커리어 전반을 곁들여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흥미로운 것은, 시즌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던 해에 촬영 전권을 허락하여 제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그 해에 조던이 우승할지 포스트시즌도 못 갈지, 은퇴할지 안 할지 부상으로 시즌아웃 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로 촬영한 다큐라는 것!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다큐가 더욱 걸작이 된 것이 아닐까. 무려 22년 만에 공개된 다큐가 조던이라는 위대한 선수를 팬들에게 색다르게 각인시켜 주었다.
농구가 몇 명이 뛰는 스포츠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마이클 조던'이라는 이름을 알 수도 있다. 그만큼 조던은 시대적으로, 이제는 역사적으로 자기 분야를 넘어서까지 영향력 있는 아이콘이다.
농구를 얕은 수준으로 아는 나에게 조던은 정말 정말 정말 농구를 잘했던 선수였다. 근래에 4년 연속 결승, 3회 우승한 골든스테이트도 '왕조' 수식어가 붙은 걸 생각하면 3 연속 우승을 2번이나 해낸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느낄 수 있다.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경기를 본 적 없어 막연히 압도적이었고, 조던의 커리어가 우승으로 꽉 찼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다큐를 보고 놀랐던 건, 조던이 데뷔부터 강력하긴 했으나 첫 우승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3 연속 2번 총 6번의 우승의 과정이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한 끗 차이로 시즌이 끝날 수 있었던 순간 조던, 그리고 우수한 팀 동료들이 빛을 발했다.
다큐가 원래 그렇듯, 이 작품도 대중이 기억하는 조던의 탁월함 이면에 정점에 있는 사람의 고뇌, 범인이 마주할 수 없는 현실, 모두가 생각해 볼 철학적인 문제도 다룬다. 개성과 포용, 팁과 에이스, 구단과 팬들, 커리어와 가족 등.
농구를 전혀 몰라도 보는데 지장이 없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강 of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