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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비즈 Mar 08. 2022

프로이트의 운명을 가른 기적의 약 ‘코카인’

국소 마취제의 발견

26세의 카를 콜러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카를 콜러는 안과 의사가 되어 빈 대학에서 보조 교수직을 얻기를 희망했다. 빈 대학의 교수 페르디난트 폰 알트는 '교수가 되려면 의학적 기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역사가 길지 않았던 안과 분야에서 꼭 개선되어야 했던 부분은 무통증 수술이었다. 당시 각광받던 마취제 에테르와 클로로폼은 전신에 영향을 주었고 위험 요소가 상당했다. 게다가 전신마취 상태에서 환자들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며 기침을 한다.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1mm의 위치가 매우 중요한 수술에서는 환자의 사소한 움직임조차도 불안하고 위험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반면 콜러보다 한 살 위였던 프로이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그리 확고한 생각이 없었다. 수술실이나 진료실에서도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프로이트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명예와 재정적인 수단 역시 필요했다.


어느 날 프로이트와 콜러는 최근 몰두하는 실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의 주제는 코카인이라 불리던 물질. 일의 능률을 높이고 기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코카 잎을 씹는 스페인 원주민의 습관에서 발견한 이 물질은 피로 회복법으로 알려졌다. 한 외과 의사는 코카 잎을 씹는 것이 입과 혀에 무감각을 유발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코카 잎


프로이트는 코카인을 입수해서 실험한 뒤, 통증을 줄여주고 피로를 회복하는 기적의 약으로 여기며 환호했다. 동료와 친구, 환자뿐 아니라 자신의 여동생에게도 코카인을 나눠 주었고, 자신도 정기적으로 코카인을 복용했다.


나는 이에 대한 논문을 쓸 것이오. 앞으로는 치료에서 모르핀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오. 또 다른 기대와 희망도 있는데 나 또한 체력이 저하될 때와 위장에 탈이 날 때마다 이걸 복용한다오. 매우 적은 양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소.


프로이트는 콜러에게 소위 기적의 약을 전달하면서 약의 효과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코카인에 마비 효과가 있어 고통을 완화해준다는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듣고 콜러는 열의로 활활 불타올랐다. 그는 개구리의 눈 한쪽에 코카인 용액을 넣는 실험을 했고, 이 실험을 통해 그는 안과 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후 1884년 9월 11일, 콜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한 환자가 국소 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


카를 콜러(Carl Koller)


국소 마취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이른 의학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안과 외에 코카인 마취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치의학이었다. 이제 치과 환자들은 간단한 드릴 치료부터 발치 등 온갖 종류의 치료에도 비명을 지르지 않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콜러의 성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광을 보고 놀랐다. 콜러에게 코카인을 소개한 사람은 프로이트였지만, 그는 콜러와 달리 마취제의 역사에는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프로이트는 수년 동안 콜러에 대한 경의의 감정과 자신이 그처럼 의사로서의 명예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 사이를 오가야 했다.



* 위 글은 책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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