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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비즈 Mar 11. 2022

의학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발명품

수술용 장갑의 탄생

윌리엄 할스테드는 혁신적인 수술 기법을 성취했던 의사였다.


할스테드는 새로운 마취제로 떠오른 코카인을 자신에게 실험하다가 순식간에 중독되었다. 할스테드는 1886년 초부터 일을 그만두고 7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중독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그런 그가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것은 '완벽한 무균성의 달성'이었다. 할스테드는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의사의 손’을 항상 고민했다. 그런데 이 까다로운 성격의 외과 의사에게 길을 보여준 사람이 있으니, 한 여성이었다.

윌리엄 할스테드(William Halsted)


코카인 중독 증세로 인해 기분이 극도로 변덕스러워진데다 끝없이 거만했던 할스테드에게도 약한 면이 있었다. 외과 수석 간호사였던 캐럴라인 햄프턴이었다. 할스테드는 햄프턴과 훌륭한 짝을 이루어 일했으며 그녀에게 유달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간호사라는 매우 드문 찬사를 보냈다. 햄프턴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매우 예뻤다. 할스테드는 오랫동안 그녀에게 불꽃 같은 연정을 품고 있었는데, 보통은 심술궂은 얼굴 표정이 그녀 앞에서는 살짝 친근한 표정 같은 것으로 바뀌곤 했다.


캐럴라인 햄프턴


그런데 그녀의 손은 습진에 자주 시달렸다. 당시 수술 전 손 씻기 규정은 다소 과격해 보일 만했다. 우선 비누로 손을 씻은 후 과망가니즈산칼륨 용액에 다시 손을 세척한 다음, 뜨거운 옥살산에 손을 담그고, 이어서 염화수은 용액에 또 한 번 세척했다. 햄프턴의 피부는 피부암에 걸린 것처럼 붉게 변했고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심각한 피부 트러블로 인해 직업을 포기하는 것도 고려할 정도였다.


이에 할스테드는 햄프턴의 손과 팔뚝을 석고 모형으로 본떠 뉴욕에 있는 굿이어 고무 회사에 보냈다. 햄프턴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갑은 매우 얇아서 장갑을 끼고도 수술 봉합용 실과 같은 미세한 물체의 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증기로 살균할 수 있을 정도로 탄성이 있었다. 그리고 햄프턴은 할스테드가 같이 평생을 보내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성격임을 알면서도 그와의 결혼을 승낙했다.


당시의 수술용 고무 장갑


이 간단하지만 무척이나 효율적인 혁신 제품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환자들이었다. 탈장 수술 후 감염률이 고무장갑을 끼기 전 17퍼센트에서, 몇 년 후 2퍼센트 미만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 위 글은 책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을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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