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읽어줄래?] 책덕 직장인의 독후 에세이
여느 때처럼 유튜브에서 이 영상 저 영상을 떠돌다가 한 북튜버가 소개한 책과 마주했다. '과식의 종말'이라는 책 제목은 내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따금씩 과식하는 날에 불편했던 기억과 어린 시절에 과식이 일상이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선호하는 책 장르를 고르자면 논픽션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취미라면 게임과 책 읽기 정도이니까. 그렇게 읽은 책도 기록해두지 않으니 기억에 남지 않아서 "책덕 직장인의 독후 에세이"라는 콘셉트로 지금껏 읽은 혹은 앞으로 읽을 책에 대해 요약과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캐서린 플레걸의 연구 결과 1970 - 80년대에 미국에서는 인종과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서 현저한 체중 증가가 일어났다. 체중 증가라는 결과는 밝혔는데,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첫 번째 원인으로 음식이 흔해진 환경을 꼽았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미국에는 레스토랑, 우리나라로 치면 식당이 눈에 띄게 많이 증가했다. 그 덕분에 예전보다 음식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음식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누구나 먹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체중이 증가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얼마나 먹는가"이다. 얼핏 보면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명백하게 체중은 증가한다.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책에서 소개한 실험에서는 실험군이 먹는 것을 아주 작은 것 까지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기게 했을 때, 많이 먹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체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 우리는 왜 많이 먹게 되는 것일까? 그 비밀은 1부의 제목인 설탕, 지방, 소금이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은 설탕, 지방, 소금을 섭취하면 더 많은 설탕, 지방, 소금을 섭취하게 된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단짠단짠"이나 "피맥"같은 것이 설탕, 지방, 소금으로 이루어진 음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식품산업계는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 사람들이 더 먹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미국에서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레스토랑의 음식들은 모두 설탕, 지방, 소금의 조합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설탕, 지방, 소금은 왜 그것을 더욱 먹고 싶게 만들까? 그 이유는 사람의 보상체계에 있다. 아주 맛있는 음식, 즉 설탕, 지방, 소금으로 이루어진 음식을 먹으면 우리는 보상을 받는다. 그 보상이란 뇌에 있는 오피오이드 회로가 자극되는 것을 뜻하는데, 오피오이드 회로가 자극되면 그 유명한 엔도르핀이 나온다. 그렇다 엔도르핀이다. 마라톤 선수가 극한을 넘길 때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마라톤에 중독된 사람은 달리기를 끊기 힘들다. 그만큼 엔도르핀은 한 번 경험하면 다시 그 보상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음식을 통해 오피오이드 회로의 자극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그 음식을 예고하는 단서만 보아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음식을 예고하는 단서란, 내가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먹었던 환상적으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그 분위기, 풍경, 감정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경험이 저장된 나의 기억이다. 따라서 나는 놀이동산에 가게 되면 늘 아이스크림을 먹고자 하는 충동에 휩싸인다. 놀이동산에 가지 않더라도, 놀이동산의 분위기가 나는 핼러윈이나 그와 비슷한 축제 영상을 보더라도 나는 보상을 기대하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도파민이 하는 역할이다. 설탕, 지방, 소금으로 이루어진 아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경험은 기억 속에 남아있다가 그와 비슷한 단서를 느끼기만 하더라도 평소보다 많은 양의 도파민을 분비하여 그 보상을 취득할 수 있게 고도의 집중력 발휘하게 하고 끈질기게 행동해서 결국 성취하게 만든다.
이러한 행동의 반복은 처음 음식을 섭취할 때에는 목표 지향적 행동이었던 것을 습관에 의한 행동으로 바꾸어 놓는다. 목표 지향적 행동과 습관에 의한 행동의 차이는 우리가 그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가에 달려있다. 목표 지향적 행동을 할 때에는 그 행동을 의식하고 있으며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 습관에 의한 행동을 할 때에는 통제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자동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치 처음 운전할 때에는 운전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가 운전에 익숙해진 후엔 대화하면서도 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이렇게 습관이 된 행동은 사람에게 많은 이점이 있지만,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음식을 섭취하려는 통제력을 상실하게 하여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먹게 만든다.
체중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첫 부분에서 말했던 바로 "얼마나 먹는가"이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이 먹게 되면서 과식하고 결국 체중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적으로 우리 인간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연 상태의 동물과 식물을 섭취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공 처리되어 자극이 강해진 자연 상태와는 다른 성질의 식품을 먹는다. 이런 음식은 우리에게 보상(오피오이드 회로의 자극)을 준다. 보상을 받은 이후에 우리는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 혹은 그런 음식을 기대하게 하는 단서를 발견하면 도파민의 영향으로 그 음식을 먹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이전에 느꼈던 만족의 수준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서는 뭔가 더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 그리고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극 - 반응 - 습관"으로 이루어지는 사이클은 일단 한 번 넘어서게 되면 수문이 열리듯 되돌릴 수 없다.
보상을 주는 음식, 가령 아주 달거나 기름지거나 혹은 둘 다인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는 계속 그러한 자극을 원하고 찾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설탕과 지방과 소금이 결합된 음식을 향한 충동은 강렬해지고 음식과 그 단서에 자동적으로 반응해 지나치게 음식을 먹게 된다. 이것이 "조건반사 과잉 섭취"이다. 우리가 과거에 음식과 관련해 뇌에 저장해놓은 감각적/감정적 연상이 자극되면 우리는 음식을 통해 기대감에 부응하여 보상을 얻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유전의 영향일까 환경의 영향일까? 혹은 둘 다의 영향인 것일까? 여러 연구에서는 서로 상충되는 결과를 보여주므로 유전과 환경 중 어느 것의 영향이 더 크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유전적 성질이 과식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환경에 오늘날 우리가 있다.
한 가지 예로, 유아와 미취학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상쇄"이론이 있다. 상쇄 이론이란 칼로리 섭취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먹는 음식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환경에서 아이들은 더 많은 음식을 받으면 더 많이 먹게 되는 뚜렷한 행동 경향을 보인다. 상쇄 이론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음식 문화에서 "음식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어디서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로 의미가 바뀌었다. 주유소와 편의점, 심지어 헬스클럽에서 조차 우리는 음식을 손쉽게 구하고 먹을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쉽게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조건반사 과잉 섭취로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조건반사 과잉 섭취가 사회적 상업적 구조를 바꾸어 음식을 손에 넣기 쉬워진 것인지 순서를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사이클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