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몬트 Feb 12. 2023

<사랑의 이해> 후기 (스포 있음)

나도 넷 중 하나였겠지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드디어 다 봤다. 여기서 이해는 understanding의 이해(理解)가 아닌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이해(利害)에 가까웠다. 라마 시놉시스 상으로는 로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이해(理解)하는 내용이라는데 과연.




    드라마의 주인공은 크게 네 명이다. 강남 8 학군 출신이지만 거기에 끼기 위해 어머니의 큰 희생이 따랐던 은행 계장 하상수. 고졸 출신에 통영에서 온 은행 텔러 안수영. 금수저 집안에 성격도 밝은 은행 대리 박미경.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는 시골 출신 은행 청경 정종현. 넷이 각각 커피를 내려 먹고 뽑아 먹고 타 먹는 장면이나,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의 야경과 베란다 등에서 이들의 계급과 부를 보여준다.


    이 네 사람의 사랑이 벌어지는 배경도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은행이다. (어부어부어부바 신협의 ppl은 망한 게 아닐까 싶지만) 재미난 것은 이 네 캐릭터 중 사랑에 가장 솔직한 사람은 가장 부유한 박미경이었다는 점. 한강에서 주운 500원짜리 동전에 의미를 부여하며 하상수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 순수하게까지 느껴지고, 불안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가 한편, 이별의 아픔조차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내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화쯤 주운 500원은 레쓰비 뽑아 먹는데 쓴다. 그나저나 돈 잘 줍네)


    정청경은 안수영에게 얹혀살면서 되도 않는 스터디를 나갈 때부터 경찰시험 쉽게 안될 거 알고 있었고.. 나중에 경례하는 장면에선 으잌! 저게 뭐람 싶어서 오늘 논의 대상에서는 아쉽지만 제외다.


    우리의 두 주인공, 하상수와 안수영. 이름에 "상수"가 들어가 믿음직하고 항상성을 유지할 것 같은 이 남자, 사실은 하남자에 연애하수였다는데.. 끊임없이 본인의 선택을 의심하고, 물러서고, 망설인다. 행마감 시재도 못 맞추고 시간 약속도 잘 못 지키고, 무엇보다 마음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애를 시작해 박미경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대경필좌를 친구로 둔 점은 인복이다 상수야.


    수영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런(run) 수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여지를 줬다가 도망가고, 또 도망가고, 그리고선 왜 도망갔는지 왜 안 물어보냐고 하고ㅋㅋ 어쩌라고!! 둘 덕분에 우리는 고구마 100개 먹었는데 정작 자기들은 그 맛있다는 서강대 고구마돈스를 먹자 먹자 약속만 하고 좀처럼 먹지 못하고 어긋난다.





    인물들에 대한 소회는 이렇게 한풀이 하듯 말하고 싶었고 "쟤 왜 저래. 답답하네 정말." 하면서 봤지만 이들 또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인생에서 마지막일 선택을 앞둔 이들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거나 도망치거나 망설이거나 재 보거나 계산하거나 미안해하거나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스토리가 답답할지언정 좋지 않았다고는 말 못 하겠다. 여운도 있었고 그러니 글도 쓰는 것이겠지.


    극 중 박미경은 마음을 다 준 쪽은 오히려 미련이 없다고 했다. 그 마음을 주기 위해서 사랑은 결국 확실한 마음을 보여주고 그렇게 행동해야만 한다. 타이밍과 기회도 중요하지만, 사랑에 있어선 직진이 필요하다. 약속도 잘 지키고 간보지 않고 도망가지 않으며, 무엇보다 돈까스 먹기로 했으면 먹어야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을 생각하며 엑셀을 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