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델몬트 Apr 09. 2023

회의록

다정도 병인양

늘 하는 팀 회의인데 그 날은 특히나 길었다. 1시간 반 정도 팀장이 혼자 이야기 하는 가운데 그 중 30분은 무려 나를 질책하는데 할애했다. 처음엔 얼굴이 화끈거리다가 소심히 반박도 했었지만, 나중엔 체념을 거쳐 오히려 무덤덤해졌다. 회의가 마치고서 팀원들이 지나가며 나를 위로해줄 정도였으니 그 날은 유독 심했던 것이 맞다.


그가 지적한 나의 과오로는 섬세하지 못하다거나, 회의자료를 미리 입수하지 못하였다거나 그런 내용도 있었지만, 왜 유관기관과 치열하게 싸우며 일을 하지 않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일단 회사를 관두거나 할 입장은 아닌 바 나머지 부분은 내가 어떻게든 신경쓰고 맞추겠지만, 누군가와 꼭 싸우며 일을 해야 하는지 또는 내가 회사생활을 잘못된 방식으로 하는지 계속 마음 속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응어리졌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나왔다. 나는 다정할 것이다. 그가 보기에 내가 치열하게 다투어 의견을 관철시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다정함의 힘을 믿는다. 싸우지 않고 웃으며, 혹은 웃지 않더라도 나는 내 의견을 정리하여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조금 더 오래 걸리겠지만 팀장이 화를 낸다고 해서 나는 그 화를 세상에 전파할 생각이 없다. 내 주변엔 화를 내거나,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출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


나는 그들과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다. 우린 누군가에게 좀 더 다정할 필요가 있고, 나는 누군가를 상처주면서까지 내 의견이나 감정을 던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 건 내가 철들고부터 지녀온 내 삶의 태도에 대한 변명이자 위로이며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그가 원하는대로 좀 더 쎄게 이야기 하자면, "저는 당신처럼 인성 개차반이고 싶지 않아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이해> 후기 (스포 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