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본지 꽤 지났지만 짧게나마 글로 남겨놓고 싶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Beef(성난 사람들)> 후기이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스티븐 연과 엘리 웡의 연기, 드라마의 회차별 소제목과 그림과 같은 미장센도 있었지만 결국엔 메시지다.
개인적으로 제일 별로라 생각하는 드라마 구조는 안타깝게도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형식이다. "여기 이상하고 괴팍하고 주위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요? 사실 이런 딱하고 애절하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답니다, 그러니 이웃을 사랑해야겠지요? 쨘...??!!?"
<Beef>는 그렇지 않았다.분노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두 인물이 있다. 실상 이들은 가족에게, 비즈니스 파트너에겐 본인의 모습을 숨기거나 참고 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남과 성공한 백인 부자들 앞에서 선불교의 온화함과 차분함을 강요받는 "을". 이들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지만 불행했고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 분노의 폭발지점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증오하고 행동하고 폭력적이었으나, 마지막화에 이르러 버섯의 환각인지도 모르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른다. 결국 대니는 에이미였고, 에이미는 대니였으며, 서로는 암울한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는 거울이었다. 마치 <에. 에. 올>에서의 돌멩이씬과 같은 잔잔한 성찰을 거쳐 이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한다.
여기서 K-직장인인 나도 깨달은 점이 있나니. 정작 이해관계가 엃힌 직장에서는 찍 소리도 못하던 내가 퇴근길 지하철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이나 불친절한 고깃집 알바에게는 왜 큰 소리를 내며 화내고 싶은가. 이는 이들이 크게 잘못했다기보다는 나의 스트레스 관리, 억압의 분출, 더 나아가 내면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그냥 나는 내가 회사에서 받은 화와 오늘 좋지 않았던 꿍한 마음을 한 번 풀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허접한 깨달음.
(정작 이 글을 쓰고 다음날 출근길에서 간발의 차이로 지하철 자리를 뺏긴 나는 또 괜히 나 대신 앉은 그 사람을 째려보았다. 깨달음의 길은 멀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의 그림자와 어두움을 온전히 이해했을 때 비로소 <빛의 형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후- 이너피쓰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선 역시 공감과 다정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