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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몬트 Jul 07. 2023

다정한 측은지심

    갑자기 이 세상의 다정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저 사람은 왜 이런 수고스러운 호의를 나에게 베푸는 걸까, 다정하지 않은 새끼들은 왜 다정하지 않은 것을 넘어 무례하기까지 한지 의문이 들었다. 


    다정(多情)은 말 그대로 "정"이 많음이다. 정이 많은 사람들은 말 그대로 자기의 마음을 남에게 잘 내어준다. (너무 옛날노래라 나이를 들킬 우려가 있지만) 영턱스의 노래 <정>에서도 화자는 "남은사랑 어떡하라고 추억들은 어떡하라고 아니 이건 꿈일 거야"라며 자신은 온전한 마음을 다 주었기에 힘들다며 울어댄다. 마음도 주고, 소소한 간식도 챙겨주고, 가끔 손편지와 선물도 건네는 다정한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이타심이 있다. 이러한 "이타주의"는 인류뿐 아니라 모든 종족이 오랜 진화 과정에서 다른 존재의 요구를 인지하고 반응하며 내재되어 온 유산이다. 그리고 다정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큰 "공감능력"이 있어 보인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기분을 느끼고, 이를 자기의 내부 감정으로 옮겨 넣어 타인의 마음과 동기화한달까. 그런 의미에서 다정한 사이코패스는 없겠지.        


    즉, 다정함은 이타주의와 공감능력이다. 그리고 다정함, 이타주의, 공감능력 중 어느 것과 동의어일지 아니면 어느 것의 인과관계인지 마음속으로 온전히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으로 다정함은 "측은지심"의 발현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은 맹자가 제시한 네 가지 마음(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중 하나로 문자 뜻 그대로는 '슬퍼하고 근심하는 마음'이며 풀어쓰자면 다른 사람을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인의예지(仁義禮智)에서 '인' 즉, 어진 마음으로 발전하게 된다는데? 


    기질이 어진 사람이거나 혹은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은 측은지심이 있어야 하며, 그럴 경우 다정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훈민정음 서문에 따르면 세종은 어리석은 백성이 할 말이 있어도 제 뜻을 쉽게 펴지 못하는 것을 "어엿비 녀겨"(불쌍하게 생각하여) 한글을 만들었다. 얼마나 불쌍했으면 문자까지 만들어 내셨을까 싶지만 불쌍하게 여긴다는 것은 단순히 선민의식에서 나보다 못한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어느 드라마에선가 나왔을 그 대사 : 너 그거 사랑 아니야, 동정심이야!) 이 모든 것은 공감력이자 이타주의인 측은지심으로부터 발현된 사랑하는 마음이다. 




    세종 같은 어진 성군까지 될 생각은 없지만, 각박하고 혹독한 세상(특히 회사)에 작게나마 온기를 더하려면 측은지심을 연마하겠다. 그래서 만든 큰 온기는 더 중요한 관계에 쓰고 말이야. 어떻게 하지? 할 수는 있는 건가? 난 이미 다정한 것 같은데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까나..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자, 퇴근부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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