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수료 50%를 요구 받고 알게 된 것

정말 좋은 제품은, 왜 소비자에게 닿기 어려울까?

by 재원이

요즘,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정말 좋은 제품을 어떻기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을까?”


슬립부스터를 만든 이후,

특히 지방에 계신 고객님들로부터

체험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엔 체험관 없나요?”

“서울까지 가기엔 너무 멀어서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슬립부스터를 체험할 수 있을까?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길을 걷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수입 가구점, 동네 가구거리 매장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우리 제품을 체험하게 하면 어떨까?


그렇게 시장조사의 목적도 겸해

직접 여러 가구 매장들을 다녀봤습니다.



한 매장은 입구에 미국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고급 조명, 세련된 진열,

그럴듯한 분위기 속에서 전,

그곳을 운영하는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저희 슬립부스터는 매트리스 브랜드인데요,
혹시 입점하려면 어떤 조건이 있을까요?”


그분은 제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수수료 50% 줄 수 있어요?
유명하지도 않은 브랜드는
최소 이 정도는 받아야 저희도 먹고살죠.”




50% 수수료. 백화점보다도 높은 수준.

그 순간, 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통 전문점의 구조는 결국, ‘누가 중심이냐’의 문제


다음에 찾은 다른 매장에서는,

또 다른 수입 매트리스 브랜드 간판이 달려 있었지만

정작 상담을 받아보니…


“이 브랜드도 좋지만 요즘엔 이 제품이 잘 나가요.
가격도 좋고, 쿠션감도 부드러워요.”


그리고 추천받은 제품은,

그 유명 브랜드와는 전혀 관계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수익이 더 많이 남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공간의 주인은 브랜드가 아니라, 매장이구나.

고객의 경험보다 중요한 건 그 매장의 수익률이구나.




그런 구조를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모든 매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수익성 중심의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유통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현실이 체감됐습니다.


이런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가구점들은 고객의 선택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 번에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볼 수 있고, 디자인이 중요한 취향이 강한 제품은 오히려 그게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


“이 유통 구조 안에서, 정말 좋은 제품이 좋은 가격에 팔릴 수 있을까?”


수수료가 40~50%까지 붙는 구조,

이 안에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결국 마진을 맞추기 위해 원가를 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소재를 쓰기 어려워지고,

품질에 타협하게 되고,

결국 브랜드는 유통에 맞춰 제품을 ‘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죠.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유통비용이 절반을 차지하는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겁니다.


매트리스처럼 매일 밤 쓰는 고관여 제품에서


이런 구조는 과연 정답일까요?

수수료가 많이 남는 제품이 우선 추천되고,

진짜 품질이 아닌 브랜드명과 전시 방식이 기준이 되고,

고객이 ‘직접 느낄 기회’조차 제한되는 공간.


과연 이런 환경에서, 소비자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 가격의 절반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번 경험을 통해, 가구점에 제품을 입점시켜 판매하겠다는 생각은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히, 아직 그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고객이 불합리한 구조에 비용을 떠안지 않도록,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좋은 제품이,

정당한 가격에,

올바른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도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슬립부스터 매트리스 스마트스토어 후기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