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슬립부스터 최초 배송불가 문재 발생
8월 10일 12시 44분 배송기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대표님, 이거 매트리스 설치 절대 못합니다"
제가 사진 보내드릴게요.
잠시 뒤, 기사님이 보내주신 사진 세 장이 도착했습니다.
복층 구조의 집.
층고는 높고, 계단 폭은 좁았습니다.
난간을 통해 매트리스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저희 매트리스가 워낙 무겁다는 것.
특히 K사이즈는 무려 80kg.
사다리를 타고 제품을 끌어올려 위에서 받아야 하는데,
기사님 두 분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유리 난간 파손 위험까지 있어
“절대 불가”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이론상 인력을 4명 정도 투입해도 가능할지 모르겠고,
현실적으로 기사님들이 선뜻 나설 리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품은 무겁고, 층고는 높고, 파손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니…
결국 기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슬립부스터 매트리스는 여기에 설치하는 건 4명에서 해도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일입니다.
고객님께는 죄송하지만, 차라리 롤팩 매트리스(압축형)를 추천드리는게 더 현실적인 방법일 겁니다.
고객님께 바로 연락을 드려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고, 해결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드렸습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기사님께서 현장 상황을 확인하신 결과, 복층 구조상 배송이 어렵다고 하십니다.
난간을 통해 올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층고가 높고 유리 난간 파손 가능성도 있어 안전상 무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혹시, 롤팩 매트리스 브랜드를 제가 대신 찾아 안내드려도 괜찮으실까요?
그런데 오히려 고객님께서 저희에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저희가 더 죄송하죠. 이런 구조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요.
오늘 날씨도 무더운데 기사님들 고생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남편분과 상의해보신 뒤 다시 연락 주시겠다고 하셨고, 저는 어떤 선택을 하시든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드리며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 55분 롤팩 매트리스 업체를 찾아보고 있을 때, 고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대표님, 저희 슬립부스터 포기 안하려고요.
남편이 여기 아니면 안 된대요.
인원은 저희가 모아볼게요.
6명이서 작업하면 가능하겠죠?
그 순간, 고객님이 처음 체험관에 오셨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토요일 저녁 7시, 늦은 시간에 방문하셨다며 죄송하다고 하던 분.
“금방 보고 나가겠다” 하시던 그분은, 사실 유명 스포츠 스타가 광고하는 브랜드의 최고가 라인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저희 광고를 보고 찾아오신 분이었습니다.
체험 내내 “진짜 제품 미쳤다”는 말을 연이어 하시던 모습이 기억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인원을 더 모아야겠다’는 고민만 하면서, 너무 쉽게 포기하려 했던 건 아닌가.
고객님의 한마디에 스스로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올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고객님과 작업 스케쥴을 잡았죠.
고객님과 스케쥴을 잡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전,
저는 길을 가다가 발을 접지르면서 발을 반기부스를 한 상태 였었고...
하필이면 형준님도, 손목을 다친 상태 였었죠.
고객님께 이야기를 한 것도 있었고,
발의 문제는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이겨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 재활과 찜질을 반복하며
배송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D-Day
고객님 댁에 도착하자마자...!
기사님들 + 고객님의 지인분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고, 바로 작업을 진행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작업이 끝난 후 고객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매트리스 배송 불가 판정을 받고 나서,
어제까지 너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끝까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픔과 피로는 모두 잊혀졌습니다.
최근 슬립부스터에 많은 고객님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체험관 예약과 CS 문의도 폭증하면서, 형준님과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죠.
사업이 커질수록 깨닫는 게 있습니다.
고객 한 분 한 분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저희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성장하면서도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객이 있어야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고객님이 우리를 믿고 기대를 건다면,
우리는 그 믿음에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배송이 무사히 끝나고 고객님께서 물으셨어요.
“대기업은 이렇게까지 안 해주던데, 왜 이렇게 하세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마 그들도 초심을 잃은 게 아닐까요? 저희처럼 간절했던 시기가 분명 있었을 텐데요.”
회사가 성장을 하기 시작하면 시스템과 효율성을 내세워 고객 경험을 희생시키곤 합니다.
확률과 통계라는 계산에 의존해, 일부 고객(Edge Case)의 불편은 개선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치부 해버리죠.
물론 기업이 성장하면 효율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해치는 효율성은 결국 독이 된다 생각합니다.
AI가 발달하면서 몇몇 기업들은
고객과의 접점을 아예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는 점점 사라져갑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의 답은 단순합니다.
고객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끝까지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