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Chief of staff 비서실장의 역할
과거에 썼던 글들을 다시 돌아보면,
이게 불과 4년 전(?!) 일이라는 게 여전히 놀랍다.
홈서비스 1등 플랫폼 회사 ‘미소’는 나에게 참 고마운 회사다.
초창기에 회사 성장에 기여했어도,
한 번 퇴사했던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그것도 대표의 오른팔 역할인 Chief Of Staff (비서실장) 자리로 불러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조직에 임했다.
(당시 치킨집을 동시에 운영하면서도, 회사 일에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복귀 후, 나를 담당하는 온보딩 매니저는 없었다.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야 했고, 해야 할 일을 직접 찾아야 했다.
우선 회사의 전략과 운영 현황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각 부서 VP들과 팀장들에게 먼저 온보딩 미팅을 요청했다.
그 순간 느꼈다.
그들이 나를 낯설어하면서도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는 걸
“뭔가를 보여줘...!”
라는 미팅을 할때 마다 그들의 눈빛이 느껴졌었다.
그들과의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또 빅터(미소 대표)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있던 빅터에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회사의 방향성과, 그 안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이 점차 선명해졌다.
빅터와 함께 일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리더였다는 것이다.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한 방향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며,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따라오도록 이끄는 방식을 탁월하게 구사했다.
미소 출근 5일차가 되었을 때,
5일간의 과정에서 빅터가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나에게 어떡 역할을 기대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정의를 내릴수 있었다.
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하는 각 Stage 를 다음과 같이 정의를 했는데,
0 → 1 단계: 생존 (제품·서비스가 시장에서 통하는지 검증)
1 → 10 단계: 스케일업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을 빠르게 확장)
10 → 100 단계: 제도화·내재화 (조직, 시스템, 브랜드를 다져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
현재 미소는 분명히 10 → 100 단계에 있었다.
즉,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성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은, CEO와 긴밀히 싱크를 맞추며 조직 전체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고 내재화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위해 3가지 축을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
1. One team, One Sprit (조직이 한 방향을 보고, 건강한 팀워크를 발휘 할수 있는 문화 만들기)
2. 10X Challenge Support (조직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스템 만들기)
3. Firefighting (빅터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조직의 이슈 해결)
방향을 정하고 내가 처음으로 맡은 과제는,
리더십 팀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가 높은 일이었다.
각각의 VP들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사람들이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문제를 풀고 성과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겉으로는 같은 미션을 이야기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빅터가 말하는 회사의 존재 이유(미션)과 각 VP가 생각하는 조직의 미션이 미묘하게 달랐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에서도 서로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팀 분위기도 단단히 묶이지 못했다.
리더십 미팅을 할 때면 언제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걸 한번 깨보자고 빅터와 함께 Sync를 맺었을 때, 일은 갑자기 터졌다.
갑자기 임원 두 명이 퇴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음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