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Chief of staff 비서실장의 역할
Finance Head 와 미소의 큰서비스 축인 하나인 RFQ(견적비교) 서비스 Head가 거의 동시에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정확히는 Head of Finance가 먼저 나간다고 하고, RFQ VP가 나갔었는데...
타임라인상 큰 차이는 없었다.
겉으로는 개인적인 사정이 이유였지만,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조직 차원에서 놓친 근본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은 커리어 자체는 굉장히 탄탄했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성과를 내왔고, 에너지와 추진력도 뛰어난 분이였지만...
도메인 전문성과 (O2O 서비스) 매니지먼트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기존 구성원들과 충돌이 잦았었다.
기존 멤버들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기보다 기선 제압에 초점을 맞췄고,
리더십 팀과의 신뢰는 쌓기보다 평가의 관점으로 접근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도 “여기는 왜 이렇게 분위기가 살벌하냐, 한 방향이 아닌 것 같다” ,"팀원들이 너무 멍청한거 같다" 는 피드백을 자주 했었다.
결국 회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본인도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건강 문제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퇴사를 했다.
원래 Chief of Staff 역할로 지원했지만, Finance 분야의 전문성 때문에 Head of Finance로 영입된 케이스였다. 문제는 본인이 한국의 Finance 팀에서 그 역할을 0→1로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선호했는데, 한국 회계/세무 기준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본인은 전략적 파이낸스 업무를 원했지만, 조직이 필요로 했던 건 오퍼레이션 차원의 파이낸스 구축이 었음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성과를 내기도 전에 빠른 이탈이 일어났다.
두 케이스 모두 표면적 이유는 달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같았다.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용이 진행되었다는 것
RFQ VP의 경우, “전문성이 없는 영역을 빠른 러닝커브와 열정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Finance Head의 경우, “본인이 잘할 것”이라는 추측에 기반한 역할 설정
여기에 또 다른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조직이 온보딩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
새로운 리더십 멤버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사업도메인 교육이 아니라,
조직 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
기존 멤버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리해주는 케어
이런 것들이었는데, 우리는 그 부분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었다.
결국, 리더십팀이 새로운 방향과 실행 플랜을 같이 세워보자고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분들은 이 조직은 내가 기대한 곳과 다르다 라고 판단했고, 조직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채 먼저 회사를 떠나버린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 배운 건, 시니어 채용을 때 ‘좋은 사람을 먼저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역할을 준비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었다.
역할 정의(Role Clarity) — 그 사람이 하루에 어떤 일을 하고,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를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채용은 보류해야 한다는 것.
온보딩(Structured Onboarding) — 아무리 뛰어난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기존 팀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없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것.
리더십의 일관성(Leadership Alignment) — 리더십팀이 한 방향을 보고 있어야, 새로 들어온 사람이 흔들리지 않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을 겪으며 “채용은 곧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위기는 팀을 더 강하게 결속시킨다고 했던가.
두 임원이 동시에 떠난 상황에서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그들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
다행히 이전 조직, 그리고 전전 조직에서 직접 Finance 업무를 맡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재무 쪽은 큰 어려움 없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전문적인 부분은 외부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내부적으로는 팀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떻게 기여하는지 파악하며 빠르게 팔로우십을 확보해 나갔다.
또한 기존에 진행되던 업무들을 더 적은 리소스로 효율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 방향성을 잡는 데 집중했다.
RFQ의 경우, 빅터가 운영(Operations)을 함께 맡아주었고,
나는 공급자 세일즈 조직을 새로 세팅하는 미션을 맡았다.
몇몇 팀원을 차출해 작은 세일즈 조직을 꾸리고, 조직의 공백을 메우는 데 집중했다.
여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 팀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단단해지도록 임원들의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것이 결국 핵심이었다.
빅터에게 제안했다.
“리더십팀과 워크샵을 진행하자. 같이 숙박을 하며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이야기 나누고, 서로 친목을 다지며 심리적 안정감을 만들어보자.”
빅터는 흔쾌히 찬성했고, 숙소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나는 워크샵 프로그램 기획과 일정 조율을 맡기로 했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단순히 내가 정하기보다,
매일 늦은 밤 빅터와 주제를 던지고 토론하며 함께 만들어갔다.
그 과정 자체가 이미 리더십 정렬(Align)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이번 워크샵의 목적은 분명했다
리더십팀의 방향성을 한데 모으는 것
서로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것
2023년 미소의 성장전략을 디테일한 텍스트 수준까지 함께 합의해내는 것
그렇게 나는 워크샵 프로그램을 하나 하나 완성 해나갔다.
(다음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