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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혜 Sep 20. 2021

가난

그 쓸쓸함에 관하여

인색하게 살면 궁색해진다.

한 달간 너무도 인색하게 굴었다.

직장을 복귀해 알바를 하기 어려웠던 날들이었다.


가진 게 없어 누구에게 연락을 하기도, 어디를 나가기도 어려웠다.

진철 씨 생일 전후로 특히 힘들었는데,  직후에 제일 친한 친구이자 요가강사 동료 생일이었다.

정신 차리고 숨통이 트이니 그제사 친구 생일 축하도 못해 준 게 기억났다.

나는 절대 안 그럴 것처럼 하더니 

 말하고 내가 그런다. 역겨운 위선은 여전하군.

요 며칠 눈여겨봐 두었던 영양제를 선물로 주었다.​

... 삶의 주변으로 에너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의지가, 그리고 언젠가는 좌절의 면모를 보일 희망이 생겨난다.

지독한 가난을 겪어보니 , 한때는 무척이나 아끼던 이를 남보다 못한 말들로 아프게 했던 날들이 지나갔다.

 이렇게 가난해도 누군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아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니, 아니다.

죽을 만큼 노력했다. 그저 손 놓고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돈이 정말 하나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비참해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가 않다.

곧 나올 제대로의 월급과 그 외 다른 것들을 받아 인간답게 살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흐르려나 생각하니 이내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에 속했다. 그렇지만 경제관념은 제대로 잡히질 못했던  같다.

우리 집은 점점 기울어져 갔고 우리는  두 채를  정리하고 반지하에 세 들어 살았다.

그렇지만 부모님 밑에서 먹고 자고 배부르니 그때도 몰랐다.

이제 온전히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니, 그동안 먹고 입고 자던 것들은 내겐 그저 사치였고 그런 사건이 내면에서 묘하게 뒤틀린 마음을 만들어 내었다.

그럴 때마다 다행히 요가란 것이 곁에 있어서 살아나갈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 행복누리 기를 꺼려하는 사람이라서, 요가를 하면 생각의 꼬리물기를 늦춤과 동시에 그저 머무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요리를 해 먹고 스무디를 만든다.

혼자 하던 수련을 잠시 두고, 요가원에 등록하기로 하였다.  고갈된 에너지를 양질의 것으로 채우자.

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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