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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의 사업가 May 24. 2021

방황해도 괜찮아, 이것 저것 다 해봐

여행 이야기Quebec,Maui 편

[바쁘지만 여행이 필수]

 나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넘은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사회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처자식과 함께 아름다운 인생의 한 막을 채우고 있다. 학창 시절을 지내고 어느덧 사회에 나온지도, 아니 어쩌면 던져진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상투적이고 고리타분하게 많은 사람들이 시간은 빠르다고 이야기하지만, 되돌이켜보면 나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다. 내 삶에도 매우 다양한 변화들이 자리매김했고, 그 변화들로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

 나라는 사람이, 나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기까지 무엇보다 여행의 몫이 컸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젊은 시절 배낭여행을 반드시 떠나봐야 한다고 일러주셨지만, 나는 그때 어찌 된 영문인지 배낭여행보다는 운동에 큰 열정을 보였었다. 어쩌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나였기에 공부가 아닌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 신났던 것에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시간이 흘러 나도 어느덧 밥벌이를 넘어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살면서 가슴 한편에는 왜 그때 어른들이 그렇게 배낭여행을 다녀오라고 추천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 간 살면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20대에는 군 입대, 전역, 졸업, 어학연수, 취업, 결혼이라는 인생에서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나름 성공한 것과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 존재했다. 실패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다.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와중에 여행은 나에게 다음 스텝(step)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바빴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 충전이라고 해야 맞을까? 여행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

① 캐나다 퀘벡

 비루했던 영어실력을 개선하고자 28살의 약간은 늦은 나이의 총각이 홀연 어학연수를 결심한다. 취업전선에서 친구들은 다들 입사 소식을 전할 때, 나는 배낭 하나 메고, 이민가방에 잔뜩 겨울옷을 챙겨 머나먼 나라 Canada로 떠났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계획도 없었고, 가서 어떤 활동들을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갑자기 떠난 결정이라 준비할 새도 없었다. 다만, 길거리에 거지랑 대화를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영어에 대한 한을 풀고 오리라...

 1년 간 정말 열심히 살았다. 현지에 친구들은 내가 신선놀음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매우 열심히 살았다. 가벼운 주머니를 달래려, 값비싼 음식을 사 먹기보다 Dollarama(*1달러 샵)에서 플라스틱 Lunchbox를 사다 매일같이 10분이면 끝내는 볶음밥을 만들어 집을 나섰다. 오전에는 Language School에서 어학공부에 매진하고, 챙겨간 Lunchbox로 배를 채운 후 오후에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마땅한 기술이 없었던 검은 머리 이방인에게 주어진 시급은 CAD 10.25 per hour.

 적었지만 소중했던 내 급여를 모아 틈틈이 캐나다의 대 자연을 누렸다. 캐나다의 매서운 추위가 잦아들기 바로 전, 10월에 캐나다 퀘벡을 찾았다. 조금만 토론토(Toronto) 외곽으로 나가면, 길 양옆으로 즐비했던 Maple Tree(단풍나무). 그 단풍나무들의 새빨간 다홍색 경치는 나로 하여금 매혹적인 캐나다의 경치에 푹 빠져들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토론토에서 8시간을 내리 버스로 달려, 올드 퀘벡(Old Quebec)에 도착했다. 당시 내 손에는 삼성 디지털카메라 케녹스 똑딱이가 들려있었고, 배터리가 다하도록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샤또 프롱뜨낙 호텔을 바라보는 어떤 위치도 한 폭의 그림 같았고, 그 그림은 내 마음속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고난에 대한 큰 리프레시를 안겨줬다. 

내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 이런 경치가 있었다니? 지구라는 곳은 매우 좋은 곳이구나...라고...

 얼마 전 TV에서 <도깨비>라는 드라마에 캐나다의 올드 퀘벡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기 매우 힘든 먼 곳이지만, 살면서 퀘벡이라는 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② 미국 하와이(HAWAII) 마우이(MAUI) 섬

 신혼여행지로 찾았던 미국 하와이. 하와이는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하와이 제도를 말하는데, 보통 우리가 말하는 하와이는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OAHU)라는 섬이다. 매우 도시적이고, 쇼핑을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많은 신혼부부들이 찾아 귀국 전 지인들의 선물을 구입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일반적이고도 뭐하나 남기지 못하는 여행 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애초에 목적지는 오하우에 내려 비행기로 30분이면 이동하는 마우이(MAUI)라는 섬으로 이동했다.

 당시로서는 국내에 흔하지 않았던 인피니티풀(Infinity Pool)이 나를 맞이했고, 동양인이라고는 나와 아내뿐이었던 현지 리조트는 말 그대로 지상낙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마우이(MAUI)에는 매우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공통적인 것은 모두 자연과 함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휴양과 힐링이 목적인 섬이다. 바다거북, 돌고래와 스노클링,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상공에서 내리꽂는 스카이 다이빙, 세계 일출 명소 중에 명소로 손꼽히는 할레아칼라.


 우리 내외는 할레아칼라를 가기 위해 새벽 3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프로드 주행을 시작했다. 애초에 마우이는 할레아칼라 등반을 목적으로 해서, 오프로드 차량을 렌트했고 어렵지 않게 마우이를 등반할 수 있었다. 하와이 원주민의 후예가 나와 일출을 알리는 신기한 음색과 함께 전통 춤과 노래가 시작됐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은 일출을 보면서 그 누구 하나 소란스럽거나 대화가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검은 머리 이방인으로서 현지에 대해 그 누구보다 무지했던 나는 어떤 포인트가 일출을 보는 지점인지 몰라, 주차장에 우리 차 앞에 있던 어느 노부부의 차량 창문을 노크했다.

"How can I help you?"

매우 낯익고도 의아한 질문으로 할아버지가 말했다.

"I want to enjoy sunrise here. Where is the most impressive point?"

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I don't know."

할아버지도 몰랐다.

일단은 너무 어두워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어, 우리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차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Probably here"

우리가 있던 그 장소가 바로 포인트였나 보다.

문득 궁금해진 것은 일출만 보고 끝인가?라는 것이었다.

"What will you do here after sunrise?"

내가 말했다.

"I don't know. My wife is leader Hahahahaha."

지금 생각해보면 노신사 할아버지였는데, 수수한 옷차림에 닛산 준중형 승용차를 끌고 올라와 아내를 위해 나이 들어서까지 남편 노릇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신혼여행으로 그곳을 찾았던 나에게 앞으로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 것 같았다.


To be cont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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