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자왈 사즉불손 검즉고 여기불손야 영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치하면 겸손하지 못하게 되고 검소하면 완고하게 된다. 그렇게 겸손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완고한 편이 낫다.” - 술이述而 7.35
공자는 ‘도道’를 추구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사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래도 ‘부富’를 이루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우월한 마음을 갖게 되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경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소 고지식하지만 검소하게 사는 편이 낫다고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도 입신양명보다는 학문을 우선시했던 안연을 총애했습니다. ‘거친 밥을 먹고 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의롭게 사는 안연의 정신이 자신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비록 부와 명예를 뜬구름과 같은 것으로 묘사했지만 공자가 이를 꼭 부인한 것은 아닙니다. ‘인’과 ‘예’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서 50대 중반에 떠난 14년간의 유세는 ‘부자’ 제자인 자공의 재정적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마 고단한 여행길에서 공자는 돈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그는 안연의 지나치게 곤궁한 삶을 염려했습니다.
그는 선진 편(11.18)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안연은 학문에 있어서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지만 어려운 처지였다. 반면 자공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물을 늘렸고, 예측을 하면 자주 적중했다.” 이와 같이 안연의 가난한 삶을 걱정했고, 오히려 재물을 늘린 자공의 재테크 실력을 은근히 칭찬할 정도로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자는 꽉 막힌 ‘벽창호’가 아니었습니다. 비록 군주에 대한 충성을 끝까지 지킨 백이와 숙제를 찬양했지만, 자신의 주군을 버리고, 새로운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한 제나라의 재상 관중을 훌륭한 신하로 인정했습니다. 사실 관중은 자신이 섬기는 주군을 위해서, 제 환공을 죽이려고 했으나 실패를 했고, 그 죄로 처형을 당할 위기였지만 절친 포숙아의 구명활동으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후 관중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면서 천하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관중이 지나치게 부귀영화를 누린 점은 비판했지만, 신하로서 행정가로서 실력은 인정했습니다.
‘인’을 실현하기 위해서 부를 추구하는 삶
그렇다면 부자가 되어도 사치하지 않고, 겸손하면서 도리나 본분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내가 번 돈을 오직 나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사랑인 ‘인仁’ 베풀어야 될 것입니다.
“제프 베조스, 사상 최초로 $2000억 달러 가치의 사람이 되다” - 《포브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20년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마존 주식 가격의 변동에 따라서 언제든지 순위는 바뀔 수는 있지만 여전히 3위권 안에 있습니다. 이전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는 빌 게이츠로 닷컴 버블이 한창이었던 1999년에 재산인 $1580억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 시)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그리스의 연간 GDP 수준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진시황제 수준의 부를 쌓은 베조스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당장 주식을 팔아서 섬을 몇 십 개 정도 사서 ‘베조스’ 왕국을 만들어도 될 수준이지만 그는 기업 경영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가치는 황제처럼 사는 것보다(물론 호화저택에 살고 있지만) 보다 큰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우주 사업에 뛰어들어서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도 설립했습니다.
2017년에는 무려 10억 달러 가량의 자신의 주식을 팔아서 우주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지만 그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장대한 꿈이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연설 때 우주에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황당한’ 선언을 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전기 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주이면서 Space 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재산도 $2000억 달러를 넘었지만요.
그가 많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주커버그 등이 참여한 ‘기부 선언’(자신의 생전이나 죽은 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한다는 서약)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처인 맥킨지 베조스는 이 기부 선언에 참여했습니다. 독자행보를 이어가던 그도 약 $20억(약 2.4조 원)를 노숙자의 생활과 어린이 교육에 기부했습니다. 또한 2년 전에는 자신의 자산 대부분(약 165조 원)을 기후변화와 싸우고,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기부하겠다고 밝혀서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나의 ‘도’에 맞춰서 소박하게 사는 삶
이제 우리를 한 번 돌아보시죠. 몇 조, 몇십 조 원을 이야기하다가 나의 삶으로 돌아오면 한없이 초라합니다. 단돈 만원에도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주머니 사정입니다. 반면 남들의 부동산은 수억 원을 오락가락하니 삶에 회의가 들만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보시죠. 돈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단돈 천 원, 만 원이라도 기부를 한다면 마음에 평화를 느끼게 됩니다. 굳이 기부를 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다못해 무료로 나의 재능을 기부해도 됩니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부’를 나의 ‘도(길)’에 맞게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 나의 수준에 맞춰 사는 삶입니다. 그는 술이편(7.15)에서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을 구부려 베개 삼더라도 즐거움도 그 가운데에 있다. 의롭지 못하면서도 부유하고 귀한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의롭지 못하면서 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부’를 이루더라도 나의 ‘도’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공자의 주장은 노자의 사상과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 차 있다’는 ‘금옥만당’(金玉滿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더 중요합니다. “금과 옥이 가득해도 그것을 지킬 수 없고, 부귀하고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을 이루면 미련 없이 물러나라고 노자는 조언했습니다.
만약 내가 추가하는 가치가 나눔과 사랑, 가족의 행복이라면 적당하게 부를 추구한 후 더 의미 있는 나눔을 위해서 물러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오직 부의 추구가 목적이라면, 내가 최고라는 교만한 마음을 갖고, 끊임없이 남을 짓밟는 이전투구를 하면서 나중에는 불명예스러운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가족도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결국 사치하면서 겸손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검소하고 완고한 편이 낫다고 말한 공자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물론 그에 앞서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일입니다. 사치하고 교만하게 사는 것이 나의 길일까요? 아니면 부족하더라도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해서 사는 것이 나의 길일까요? 인생의 절반쯤 오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