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탐구활동의 만능 도구, 국어 교과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과세특)에 대해 관심이 많다. 입시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과세특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세특의 작성과 관련해서 국어는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교과목이다. 통합사회나 통합과학 과목처럼 특정한 주제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떤 탐구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이다.
국어와 수학 교과는 다른 전문 분야의 지식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교과이다. “연필”이라는 도구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을 쓸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심지어 종이에 구멍을 낼 수도 있고, 머리가 간지러울 때는 시원하게 긁는 도구로 쓸 수도 있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어가 바로 그런 과목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말과 우리글로 된 모든 활동이 국어 활동이다. 얼마 전 SNS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이 있었다. 유명한 국어강사가 독서지문을 강의하는 영상으로, 이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이유는 강의한 독서지문의 내용 때문이었다. 독서지문의 내용은 과학, 기술, 사회, 철학, 예술, 공학 등 학문의 전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었고, 이러한 전문 지식을 설명하는 국어 교사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이렇게 국어의 탐구활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다룰 수 있는 만능 도구를 사용하는 활동이다.
법정 스님의 수필인 ‘무소유’를 읽고, 어떤 탐구활동을 할 수 있을까? 수필을 읽고 느낀 점을 기록하는 활동을, 자신의 진로와 어떻게 연관시켜서 심화탐구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막막함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국어는 도구이다. ‘무소유’에서 이야기하는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적 관점을 드러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철학적 관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유’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비판하거나 수용할 수 있다. 물질의 소유에 대한 디오게네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의 평가를 함께 다룰 수 있다. 난초를 애지중지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난초를 기르는 방법이나 환경을 원예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도 있다. 그 원리를 생명공학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원리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는 기상학에 대한 지식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관심과 전문적인 지식을 드러내는 심화탐구활동으로 이어지는 활동의 몇 가지 사례이다. 국어 탐구활동에서는 이 모든 내용을 다룰 수 있으며, 국어 교과는 이 모든 활동을 만들어나가는 만능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