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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Aug 11. 2021

인어공주, 매일의 모험!

먼 바닷속 왕국에 인어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어들의 왕에게는 5명의 공주가 있었습니다. 그중 막내 공주는 아주 씩씩하고 말괄량이였습니다. 호기심도 무척 많고, 돌아다니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아주 좋아했습니다.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기다란 꼬리지느러미에 굴과 진주를 달아주려는 할머니에게

 “아이, 할머니도 참~  이렇게 지느러미가 무거워지면 공놀이 할 때 방해가 된다고요!”

라며 투정을 부리곤 했습니다. 

사실 막내 공주는 인어들의 공놀이 팀에서 단연 돋보이는 에이스였습니다. 인어와 돌고래들이 팀을 이루어 같이 하는 공놀이에서는 동그랗게 말린 불가사리가 공 역할을 했습니다. 당연히 불가사리를 잘 구슬리는 것이, 잘 던지는 기술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불가사리가 중간에 골대로 가지 않고 얼마든지 그냥 다른 데로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불가사리는 재미난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는데, 막내는 공놀이 하기 전 항상 웃기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불가사리들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습니다. 막내 공주의 가장 친한 친구, 개구쟁이 돌고래 보배가 막내와 한 팀이 되면 이길 재간이 없었습니다. 보배 역시 활발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돌고래로, 막내 공주와 죽이 아잘 맞았답니다. 둘은 종일 공놀이며, 산책, 바다 언덕과 동굴 탐험, 난파선 찾아다니기를 하면서 재미나게 잘 지냈습니다.

     

어느덧 막내도 열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언니들처럼 생전 처음으로 바다 위까지 올라가, 인간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막내는 무척 설레고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위쪽으로 올라갈 때부터 왠지 목도 칼칼하고 눈도 침침해졌습니다. 물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이래서 언니들이 처음 말고는 잘 안 올라왔나 봐. 물이 이게 뭐람.’

막내는 좀 실망했지만, 일단 끝까지 헤엄쳐 가기로 했습니다. 바다 위로 나가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인간들이 사는 도시가 보였습니다. 바로 근처에는 멋진 배가 하나 떠 있었습니다. 꽃과 색색의 줄을 메달고, 반짝이는 전구가 달린 아주 근사한 배였습니다. 그리고 갑판 위에는 웬 남자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세상에!

막내 공주는 그렇게 근사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바람에 순간 몸이 털썩 움직일 것만 같았습니다. 갑자기 배 위쪽으로 터진 화려한 불꽃놀이에 놀라지도 않고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올려다보는 남자가 너무 멋져서, 막내는 자기 머릿속에서도 불꽃놀이가 터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닷속 왕국으로 돌아온 막내 공주는 그 멋진 남자 생각에 잠이 안 올 정도였습니다. 좋아하던 공놀이도, 탐험도, 산책도 다 시들하게 느껴졌습니다. 친구 보배는 막내가 무척 걱정이 되었죠. 캐묻는 보배에게 막내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되어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나가서 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보배는 더 걱정이 되었지만, 친구가 마음 아픈 것이 싫었습니다. 보배는 막내에게 바다마녀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바다마녀는 무섭고 심술궂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 인어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좀 괴짜일 뿐이었지요. 물론 바다마녀의 정원이 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긴 했지만, 그건 마녀가 워낙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랍니다. 난파선 조각이며, 희귀한 바다 생물을 주워와 잔뜩 늘어놓았거든요. 막내 공주는 어릴 때 우연히 바다마녀네 집 쪽으로 갔다가, 이상하게 생긴 끈적끈적한 바다 지렁이를 손에서 떼어 내느라 애쓰는 바다마녀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바다마녀는 고맙다며 막내를 집안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하고, 자신의 실험실과 서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바다마녀와 막내는 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지요. 둘은, 마녀가 난파선에서 모아 온 인간들의 희한한 물건들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재미난 시간을 함께 보내곤 했습니다. 다만 마녀는 그냥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 = 혼자서 궁금한 것들을 관찰하고 기르고 실험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게 편하니, 막내에게 조용히 방문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가 사실은 이렇게 안 무섭고, 재미나고 매력적인 인어인 걸 알면, 이웃들이 자꾸 찾아와 귀찮게 굴지도 모르니깐 말이야."

그 이후 계속 막내와 마녀는 좋은 친구로 지냈습니다. 보배와 함께 마녀를 찾아간 막내는 인간이 되어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실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녀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나중엔 후회할지도 몰라. 그렇더라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게다가 그게 사랑이라면, 어쩔 수 없지. 다들 원래 실수하면서 배우기 마련이니깐." 

마녀는 찬장에서 재료들을 꺼내 마법의 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재료들을 조심스럽게 섞은 마녀는 마법책을 들여다보면 막내에게 말했습니다. 

“자, 어디 보자... 마지막으로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리고 마법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 - 한 달 내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지 않게 되면, 약의 효력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약을 먹은 인어는 인어로도, 사람으로도 살 수 없게 된다...”

마녀는 막내를 보며 묻듯이 눈썹을 치켜올렸습니다. 막내는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녀의 약을 받아 든 막내는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남자를 본 근처 해안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그리고 약을 몽땅 들이켰습니다. 그다음에 막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막내는 잘 모릅니다. 기절했거든요.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리 그대로였고, 지느러미 대신 다리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막내는 신기한 듯이 다리를 쳐다보았습니다. 이걸로 어떻게 걷나 하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그 잘생긴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막내 공주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막내 공주는 아주 아름다웠고, 그 남자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남자는 홀린 듯 자연스럽게 막내 공주의 손을 잡았답니다. 그리고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자기와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막내는 고개를 끄덕였죠. 남자는 계속 질문을 했지만, 막내는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만 했지요. 달리는 차 안에서 남자는 계속 쉬지 않고 떠들었습니다. 주로 자기 사업 이야기와 이 근처를 통틀어 자기네 집이 제일 부자라는 이야기, 자기 차와 시계, 옷은 어디서 산 것이다 등등... 막내는 쉴 새 없이 말을 하는 잘생긴 남자에게 약간 실망했습니다. 바다에서 올려다볼 때는 가만히 아무 말 없이 먼 수평선을 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그런데 말을 하기 시작하니 그 멋진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말이 좀 많은 것 같으니 말이죠. 잘생긴 남자와 막내가 탄 차는 아주 멋지고 큰 집에 도착했습니다. 잘생긴 남자는 공주를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여기가 제 집이에요. 제 사무실도 겸하고 있죠. 뭐, 차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별 건 아니고 그냥 아버지 사업을 좀 도와드리고 있어요, 아하하하하. 여기에요, 제 사무실입니다. “ 

자랑스럽게 손짓을 하는 남자의 앞에는 아주 크고 무거워 보이는 책상이 있고, 그 위에는 황금색, 아니 진짜 황금처럼 보이는 명패가 있었어요.

      

'대박화학 이사장 나왕자' 


"뭐, 사실 사업은 아주 잘 되고 있죠. 특히 요즘 전염병이 크게 도는 바람에 더 잘 된답니다. 위생이나 일회용품이며, 병원에서 쓰는 의료용품까지 저희 제품이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요. 아하하하하..." 

이런 말에 환상이 깨지는 느낌이었다면, 곧이어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나왕자의 말에 막내는 정말이지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창밖에서 아주 시끄러운 함성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까만 양복을 입은 큰 덩치의 남자 몇 명이 다급하게 나왕자에게 다가갔습니다. 남자들은 흥분된 모습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곧 나왕자는 막내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거 참...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좀 가봐야 되겠습니다. 큰 일은 아니에요. 요즘 들어 저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거든요. 우리 회사가 새로 큰 공장을 섬 반대쪽에 지을 예정이죠. 법대로 다 하는데도, 바다 오염이니, 고래가 죽는다니, 얼마나 시끄럽게 매일 와서 저러는지 몰라요. 아니, 무슨 우리가 바다에 독약을 타는 것도 아닌데, 고래가 죽어요, 죽기는....  폐기물 처리니 쓰레기니, 뭐가 불만거리가 많답니다, 저 사람들은. 어찌나 매일 시끄럽게 구는지... 하여간 여기 편하게 있어요. 나중에 조용히 저녁이라도 같이 합시다."

황급히 말한 나왕자는 방 밖으로 나가고, 그 자리에 잠시 굳어 있던 막내 공주는 창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보았습니다. 

50명이 조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화난 얼굴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손에 들어 올린 종이와 팻말엔 '바다를 죽이는 공장 반대', '고래와 거북이가 죽어간다', '넘치는 일회용품 그만!', '유독화학물 폐기, 제대로 평가하라' 등등의 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실 같은 것에 감긴 고래 그림이며, 축 늘어진 거북이 그림, 해골 그림도 그려져 있었어요. 막내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나왕자의 집을 조용하게 나왔습니다.

      

집을 나온 막내 공주는 조용한 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지쳐서 더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무렵, 웬 집이 한 채 보였습니다. 집은 작은 편이었지만, 나무와 꽃들이 아주 아름답게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막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구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아주 부스스한 아주머니가 나왔습니다. 막내가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바다마녀와 쌍둥이처럼 닮은 아주머니였어요. 막내가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본 아주머니는, 순간 미심쩍은 얼굴로 공주를 아래위로 훑어보았습니다. 머리는 부스스했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것까지 바다마녀와 똑같았지요. 부스스 아주머니는 막내 공주를 한동안 쏘아보다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어요. 그리고 아주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막내 공주가 허겁지겁 먹고 나자, 부스스 아주머니는 "자, 이제 한 번 이야기해봐요."라고 말했습니다. 막내는 물론 말을 할 수 없었지만, 바다마녀네 집에서 만지고 써 본 컴퓨터로 자신의 이야기를 쳐 내려갔습니다. 부스스 아주머니는 아무 말 없이 막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밤이 되도록 이야기를 했습니다. 

막내 공주는 부스스 아주머니에게 나왕자와 대박화학, 바다가 죽어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지요. 아주머니가 인터넷에서 찾아 보여준 사진과 비디오, 기사들은 공주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막내는 자기도 모르게 목놓아 울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갔을 돌고래 친구며 거북이 친구들 생각에, 앞으로도 더 죽어갈 바다 생명체들을 생각하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 정신없이 울고 난 공주는 이제 기운이 빠져서 더 울 수 없었습니다. 

막내 공주는 부스스 아주머니에게 자기는 한 달이면 죽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마법약의 조건이 있어서, 사랑을 받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요. 부스스 아주머니는 대뜸 흥하면서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 멍청이한테 사랑받느니 죽는 게 낫지."

깜짝 놀란 막내 공주는 부스스 아주머니를 얼빠진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그만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부스스 아주머니도 함께 웃었습니다. 둘은 눈물이 나올 때까지 웃었어요.      


웃고 울다가 지쳐 잠든 다음 날, 공주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났습니다.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엔 너무 상쾌하고 가뿐했어요. 공주는 부스스 아주머니에게 같이 머물러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부스스 아주머니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밥값을 해야만 머무를 수 있지.”

막내 공주는 기쁘게 동의했습니다. 그날부터 막내는 부스스 아주머니를 도와, 이런저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스스 아주머니는 아주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정원과 텃밭을 돌보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남자 친구도 만나고, 집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 나갔습니다. 막내도 부스스 아주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생전 처음 보고 듣는 일들을 하느라고 같이 바빴습니다만, 너무 재미있어 바쁜 것도 잊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은, 매주 모이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공주는 바다와 바다 오염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많이 울고, 환경 시위나 재활용 아이디어라든가, 쓰레기를 줄이려는 여러 시도들에 알게 되면서 많이 기뻤습니다. 막내 공주는 바다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하고 싶고, 다른 곳의 바다를 보러 여행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이젠 사라지게 될 텐데요, 막내 공주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잠시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마법의 약이 약속한 한 달이 다가왔습니다. 한 달이 되기 바로 전날 밤, 막내 공주는 혼자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밝은 달이 뜬 밤, 달빛이 바닷물에 반짝반짝 부서지는 아주 예쁜 밤이었습니다. 막내가 가만히 서서 바다를 쳐다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곧 돌고래 친구 보배와 바다마녀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공주는 첨벙첨벙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셋은 서로를 끌어안고 반가움에 웃고 울었습니다. 바다마녀는 눈물을 닦아내고 막내에게 말했습니다. 

"자, 자, 네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단다. 네가 사람이 되려고 먹은 마법의 약 말이야. 모든 마법의 약에는 조건이 있거든. 그런데 그 조건은 다 조금씩 애매해. 마법이란 게 원래 좀 그래. 과학적이지 않거든. 아무튼 그 조건에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지 않으면 너는 인어로든 사람으로든 살아갈 수 없다고 되어있는데 말이야... 네가 그 사람을 더 사랑하지 않게 되었잖니. (내 수정구슬이 알려 주었단다) 그럼 그 마법 자체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구나. '네가 사랑하는 사람' 자체가 없어진 셈이 되니, 그 뒤에 나오는 조건 자체가 성립이 안 되잖니."

공주는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제가 살 수도 있단 말씀이세요? 저는 다시 인어로 돌아가게 되나요? 아니면 그냥 계속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요?"라고 공주는 묻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공주는 그저 눈을 빛내며 바다마녀와 보배를 번갈아 가며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공주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바다마녀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마법의 조건이 중간에 일그러졌으니, 희망을 가져 보자고 말하러 왔단다. 그게 아니라면... 작별인사가 되겠지."

이 말을 하며 바다마녀는 눈물을 떨구었습니다. 공주와 보배도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셋은 한동안 서로 끌어안고 있다가,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막내 공주는 변함없이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막내는 거울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모든 것이 전날과 변함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건강해 보이는 몸과 얼굴, 반짝이는 눈빛,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막내 공주는 활짝 웃으며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마법이 일그러지는 바람에 '지금 상태 그대로' 멈춰 버린 걸까요? 막내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오늘 하루가 주어진 것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막내는 오늘 '바다를 사랑하는 모임'에 가려고 합니다. 오늘은 다 같이 근처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 벽화를 그리기로 했거든요.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면 부스스 아주머니가 톳 비빔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어요. 맛있게 먹고 신나게 일하고 나면, 공주는 바다로 나가서 친구들을 볼 겁니다. 분명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요. 

그러면 내일은? 막내 공주는 생각했습니다. 내일, 또 모레, 또 그다음 날... 막내 공주가 매일 눈을 뜰 수 있게 되면, 공주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바다에 대해서 공부하고, 바다를 여행하고, 바다를 아름답게 하는 일들에 대해 배우고 해 나가는 일들, - 막내 공주는 눈을 뜨는 모든 날 동안, 행복하게 그 일들을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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