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의 7막 7장 그리고 이후를 읽고
화려한 인용구, 세상사적 완벽한 품새, 훌륭한 외모로 대변되는 홍정욱이란 인물은 그 자체로 컨텐츠였다. 국회의원 재직 시절 정돈되고 영화같은 연설로 인상깊었던 그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들춰본 본 책은 내게 많은 도전과제와 고민을 안겨주었다.
본 책은 막 7장 중 2막 4장까지 밖에 기술되지 않았으며 '그 후 검증의 삶으로'라는 부분을 추가하며 2003년에 발간된 복간본으로 2017년 홍정욱씨(이하 저자)의 현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저자의 행보를 관찰했었기에 필자에게는 이로서 충분했다.
저자는 압구정 조기 유학의 1세대로서 필자와 온연히 다른 유년기를 보냈으나, 2017년 현재 영리 목적의 조직을 이끄는 기업가라는 공통점을 통해 바라보면 참으로 많은 공감과 고민을 공유한다. 1990년대의 학창시절을 보냈던 분들이라면 홍정욱의 7막 7장은 필독서로 읽었을만큼 베스트셀러였으니 저자의 유년시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는 뒤로하고 현재의 저자의 기업가적 소명에 연결지어 내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7막 7장 중 2막 4장에 해당하는 저자의 학창시절(하버드 재학시절을 포함한) 동안, 저자에게 학교 외의 장소에서 큰 경험과 영향을 주었던 사이트는 대부분 '언론'이었다. NBC의 특별 취재팀, 비즈니스코리아, 설악데일리 등 자신이 언론사에서 일했던 일들의 일화를 소개하며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것과 소식을 모으고 편집하는 과정 그리고 취재하는 과정 속에서 느꼈던 생생한 기억들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헤럴드'의 회장으로 언론사 사주가 된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서 읽은 부분은 3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그 후 검증의 삶으로'라는 부분이다. 글의 톤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부분 이전의 글의 분위기와 2003년 복간본 발간 때 새롭게 추가된 부분의 글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수많은 사건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며 언론사 인수에 대한 본인의 의도와 사실을 독자로 하여금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지게끔 서술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2003년에 복간되었으므로 저자의 나이 33세에 발간된 본 책은 저자가 만년 적자기업이었던 '헤럴드미디어'를 헐값에 인수했다느니, 정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쇼라느니 시기어린 질투와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던 때였다. 게다가 2017년 현재에도 괄목할만한 흑자를 달성하는 언론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때에 재무적 이득 편취를 위해 언론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 이유였으므로 인수 배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만했다. 그러나 2003년으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저자의 인수 후 꾸준한 흑자 경영을 이루어내고 있는 '헤럴드'나 '올가니카'라는 친환경 식품 기업을 설립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새를 보여주는 저자의 행보는 하버드에서의 그의 성적처럼 A를 줄만한 모범적인 모습일 것이다.
헤세(H. Hesse)는 두 문화가 맞부딪치는 곳에 진정한 고난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문화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발견하여 지키는 것처럼 힘든 일은 없다는 뜻이리라.
두 문화가 만나는 곳에서 고난이 존재한다는 헤세의 말처럼 저자는 미래가 불투명한 언론사를 인수 후에 수많은 고난이 기다렸을 것이며 지금도 그 고난을 헤쳐나가고 있으리라. 적어도 15년간의 경험이 7막 7장 중 절반 이상의 분량을 쓸 만큼 본인의 철학을 두텁게 만들었을테다.
내가 저자에 최근 행보 중 가장 본받고자 하는 것은 전지구적 이상에 대한 본인의 관심을 '업'으로 표현한 것이다. 감히 저자의 행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아무리 이 것이 다른 목적의 시작이었다 한들 채식주의와 환경에 대한 공부와 투자, 업으로서의 전환 등 본인의 행동과 시간 그리고 자본을 투자하면서까지 이를 실천해나가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에 이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나는 기술에 대한 열정과 관심으로 끊임없는 기업가적 소명을 이루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현재의 필자가 영위하는 폴라리언트는 '편광을 활용한 3차원 위치 측위 기술'의 최초 발명이 기업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철학을 만들어가지만 내 삶 속 언젠가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부터 시작하여 이를 기술로 해결해 나가는 시작을 경험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저자와 같은 노련함과 도전 그리고 투지로 현명한 판단을 통해 '관심과 업의 일치'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한 현재로서의 도전과제와 공부거리를 더욱 공격적으로 찾아야할 때인 줄 믿고 움직여야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