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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an 21. 2018

만져지는 예술

[ 신단비 일상전 ] 을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 고즈넉한 삼청동 자락에 위치한 '신단비이석예술 갤러리'에서 열린 '신단비 일상전'에 다녀왔다.

엔비디아 대표님의 소개로 만난 인연이지만 예술가 커플의 예사치 않음과 입체적인 작품들의 발표로 감탄한 나머지 꼭 찾아가고 싶었다.


삼성동에서 차를 몰고 나와 동호대교를 건너 국립현대미술관 주차장에 세우고 갤러리로 걸어들어갔다. 처음 방문했기도 하고 세련되고 고고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자태에 감탄하다가 영롱한 와인잔으로 가득찬 레스토랑에 눈길이 잠시 머물렀고 그 옆 마치 삼청동의 도도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더욱 꼿꼿한 느낌의 그들의 갤러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입구에 젊은 예술가들의 방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내가 지금 들어가도 되는 것인가에 고민을 한번하고 쭈뼛쭈뼛 들어갔다. '신단비 개인전'이라는 글과 이번 개인전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보다 더 자세히 관찰해달라는 느낌의 '돋보기'는 그녀의 표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는 도구였다.


나는 보통 '두괄식'으로 말하기를 좋아하므로  짧은 시간동안 돌아본 개인전에 대한 총평은 다음과 같다.


"예술이 만질 수 있고(tangible) 예술가가 느낀 바를 타인으로 하여금 공감토록 하기 위한 최선의 구현(implementation)임을 처음으로 깨달은 기회"

신 작가의 작품은 굉장히 물리적이었다. 분광필름, 압전소자, 골드버그, 큐브 등의 지극히 수학적인 엄밀한 움직임을 가진 물체를 통해서 본인이 느낀 바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을 세 개 꼽자면 다음과 같다.


A. [다채] 2018, Mixed media(Candles, boxes, film, fram)


색색이 다양한 양초를 켜놓고 그 앞에 분광필름을 설치해 놓은 작품. 분광필름을 거쳐 양초들에 켜진 불꽃을 보면 불꽃에 섞인 빛들이 분광된 스펙트럼 형태로 보여진다. 내가 이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양초에 켜진 불꽃 하나에도 상대적으로 푸른 불꽃의 내부는 고온이고, 노란색 불꽃은 불완전 연소로 인해 상대적 저온인데, 이를 또 분광한다는 표현이 이미 다양성을 포함하는 개체를 어떤 색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또다른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 [Ego Cube] 2018, Print on Cube


개인적으로 나와 신단비 작가는 나이가 같다. 신단비 작가의 표현으로 비추어보면 25살의 본인은 수많은 외부의 시선과 주목받음으로 힘들었고 그를 나타내기 위해 큐브에 본인의 사진을 붙이고 큐브를 섞어 맞추어 쪼개진 본인을 표현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전시를 본 당일 전날,  나 역시 최근의 나를 돌아보는 글을 썼고 그 곳에서 내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지노선(Maginot line)과 9부능선


' 나는 마지노선(Maginot line)과 9부능선의 사이 아주 작은 공간에 서있다.' 작은 실패의 반복만큼의 초조함과 뜻한 바의 가설을 증명했을 때의 작은 만족감을 넘어 '기대감'이 거의 동시에 찾아오는 삶이기 때문이다. 부족하다는 표현으로도 이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재귀적인 이 삶은 끝없는 수평선 속에 북극성만을 바라보고 가는 항해이며 이따금 새파란 풀잎을 물고오는 갈매기에 행복함을 느껴야만 한다.


F. [스물다섯번째 서랍] 2018, Wooden Drawer, Tiny Books


이 작품은 본인이 25살 한 해 동안 매달 생각해왔던 키워드를 12개의 스택(Stack) 형태의 서랍 안에 채워넣은 작품이었다. 그 서랍에서 하나의 서랍을 열어보면 충돌하면 빛이 발생하는 압전소자 볼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 있는데 약간 흔들면 그 볼들이 형형색색의 빛을 발산한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자면 그 것은 곧 외부의 흔들림에 의해 본인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으로 매일 마다 삶의 기록을 찍어놓은 사진들은 신단비 작가와 이석 작가의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는 게 목표인 올해 그들을 연초에 만난 것은 생생한 가르침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느낌과 삶을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신단비 작가와 이석 작가를 응원한다.


p.s. 위에 소개한 작품들의 사진을 붙여넣지 않은 것은 '직접 가서 보라'고 권유함을 의미한다. 한 달동안 진행한다. 꼭 가서 보고 느껴야 오로지 내 느낌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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