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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PELAMN 7시간전

I hope. 희망한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이민자 쩐티하이 부부를 만났다. 한국에서 낳은 세쌍둥이가 초미숙아였던 탓에 출산 후 반년이 지나도록 아이들을 품에 안지 못하던 20대 부부였다. 다행히 수술이 무사히 끝났고 후원이 이어지면서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새해를 맞을 수 있게 됐다.




부부는 퇴원을 앞두고 ‘엄지공주’ 세쌍둥이들에게 ‘느’ ‘흐엉’ ‘난’이란 베트남 이름을 지어줬다. 이름을 순서대로 부르면 '똑같은 꽃'이 되는데 세 아이에게 똑같은 치료 기회와 생명을 갖게 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이국에서 희망을 찾은 부부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면서 기도했다. “올해는 외국인 비극이 줄었으면 좋겠어요.” 유난히 곡진하고 기구했던 지난 2년의 시간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안타깝게도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 한 공장에서 불이나 23명이 황망히 세상을 떴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화마에 그을려 신원 파악이 어려운 이들도 있다고 한다. 수년간 보고도 익숙해지지 않는 참극에 한숨만 나왔다.

다음날 쩐티하이가 보내 온 카톡을 보고서야 번잡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라고 있어요"란 말과 함께 첨부된 사진엔 세쌍둥이가 싱긋 웃고 있었다. 반년전보다 건강해보였다.

 

사진을 보며 이번엔 조금 다른 소망을 품어보기로 했다. "바람이 이뤄지지 않아도 쉽게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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