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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Apr 10. 2023

빈센트 발의 'Art of Shadow'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기쁨 1

인터파크 티켓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두세 달에 한 번 친구 모녀와 우리 모자가 주말에 만나 공동육아를 해 왔다. 키즈카페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잠깐 수다를 떠는 게 고작이지만 친구도 만나고 싶고 아이도 돌봐야 하는 처지에서는 주말 잠깐의 담소라도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키즈카페에 가기에 아이들이 조금 커진 후에는 만나서 할 것들을 찾아야 했다. 가끔은 아이들 대상의 공연을 보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시회에 가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과 전시회를 보고 밥을 먹고 오락실을 들르는 게 두 가족이 만났을 때의 주말 루틴이 됐다.


이제 4학년이 된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공연이나 전시를 찾아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공연 및 예매 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이거다 싶은 전시를 발견했다. 그림자 머시기라는 것만 보고도 예매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림자놀이는 아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재일 듯싶었다. 가벼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살펴보니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나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친구에게 연락해서 또 날짜를 잡았다.


'뮤지엄 209'는 그리 크지 않은 소규모 전시장이다. 그래도 공간 분할을 잘 해서 꽤 많은 작품을 전시했고 관람객들도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될 정도의 밀도는 아니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감탄의 연속이었다. 아이와 나는 흥분해서 "이거 봐봐." "이거 봤어?" "기가 막히지?" "제목도 너무 재미있지 않아?" "봤어 봤어." "우와~~ 대단하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재밌는 거 옆에 더 재밌는 거, 그 옆에 더더 재밌는 게 이어졌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의 그림자에 한 스푼의 상상을 더하니 전혀 새로운 세계가 드러났다. 감자껍질 깎는 칼의 그림자에서 어떻게 그랜드피아노를 볼 수 있단 말인가? 이게 바로 예술가의 눈이구나 싶었다. 이렇게 예술가의 눈을 빌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와 감동이 밀려왔다.



빈센트 발은 이미 다섯 편의 영화를 만든 영화 감독인데 2016년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코끼리 형태의 그림자에 약간의 드로잉을 더하면서 섀도우올로지스트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후 지금까지 '그림자학' 시리지를 이어 가면서 화보집과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닭볶음라면', '숟가락과 젓가락' 등과 같은 한국적 소재로 만든 작품도 몇 점 있었다.

 

 

작품과 제목도 찰떡이다. 제목에 작가의 재치가 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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