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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람 Aug 01. 2024

AI가 촉발시킨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전쟁'

그래픽으로 보는 경제이야기 <경제토크쇼 픽> from. 장아람PD

제작 중인 경제토크 프로그램에서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쓴 글은 이곳에도 올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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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토크쇼픽 15회 "6000가구의 1년 치 전력량 쓴다" AI가 촉발시킨 '전력 확보 전쟁'



0. 미리보기

데이터센터, 전력을 얼마나 쓰길래.. ‘전기 먹는 하마’?

빅테크 기업들은 ‘원전’을 대안으로?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는 무엇?

늘어나는 AI 전력 수요를 대비하면서 탄소 중립이 가능한 대책이 있을까?

데이터센터


1.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속으로 빠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 곳곳에선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지는 중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8000개, 하루에도 3개씩 늘어나는 셈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150개 정도 가동 중이고 5년 안에 700개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 데이터센터 '전기 먹는 하마'?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게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460TWh로 프랑스, 독일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버금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례로 구글이 2023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전력은 약 24TWh였는데요. 이는 서울시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 약 50TWh의 절반이었습니다.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이 데이터센터가 끊임없이 사용하는 전력은 연산에 40%,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40%, 그리고 다른 기기 작동에 20%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3. AI 산업 발전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할까?

기후 위기의 대응으로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했던 기업들도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은 연례 환경 보고서에서 ‘AI 사업으로 인해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작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요. 아무래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려면 당분간은 온실가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은데요. 정태용 교수는 AI 발전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습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전기생산을 늘리면 온실가스가 늘어나겠지만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무탄소 에너지(원자력, 수소 등)와 같은 대체 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이죠. “국가 단위에서 전체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4. 국내 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처는?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요. 저희는 네이버와 카카오 사례를 살폈습니다. 먼저 네이버는 춘천에 이어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지난해 12월 세종에 개관했습니다. 이들은 설비 때부터 냉각 해법을 고민했는데요. 바람과 미스트를 이용했습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냉방에 활용하고, 바람에 세밀한 물 입자를 분사해 서버의 열을 식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뜨거운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서버실 냉각을 할 수 있다면서, 이 시스템으로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57%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 1월 처음으로 데이터센터를 개관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전력 효율과 냉각 시스템을 고민했는데요. ‘프리쿨링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서버를 식히면서 뜨거워진 물을 바깥공기로 식히는 시스템입니다. 지붕에는 1000k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직접 전기를 생산하면서 데이터센터를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에너지 효율 관리를 위해 민간 기업 차원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친환경 냉각 시스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지붕 모습, 태양광 패널


5. 빅테크 기업들은 ‘원전’을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는 올바르게만 개발한다면 기후 문제에 도움이 될 것” 빌 게이츠가 한 말입니다.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라는 SMR(소형모듈원자로)기업을 설립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도 대안으로 원전을 꺼내들고 있는데요. 정태용 교수는 “모든 빅테크 기업이 원전을 대안으로 본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 확대 추세인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한 에너지원을 찾는 과정에서 원자력도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정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덧붙였습니다. “한국이 체코원전 우선협상자가 된 건 원자력 공급, 건설, 운영에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며 “한국의 입장에서 원전 확대는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앵커는 시민 사회의 우려를 짚었습니다. 원전에 대해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죠. 정동욱 교수는 5만 년이 지난 후에 방사선 물질이 지상으로 올라온다는 스웨덴의 연구 결과를 들며 ‘5만 년 후 안전을 위해 원전을 반대할 것인지, 2100년 기후 대응을 위해 원전을 확대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동욱 교수는 "완벽하게 좋거나, 나쁜 에너지는 없다"며 재생 에너지와 원전 확대 둘 다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을 견지했습니다. 정태용 교수는 원전에 대한 불안과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이유 중에 투명성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핵폐기물에 대한 문제, 부지 선정 문제 등 여러 가능성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실하진 않았는지, 유럽의 사례를 들며 아쉬운 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6.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빌 게이츠가 주목한 소형모듈원자로, SMR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소형인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건설하고 있는 기존의 원전은 1,000~1,400MW 규모입니다. 반면 소형모듈원자로는 170MW 규모인데요. 각각의 소형 원자로를 2개, 3개 연결해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기존의 원전은 전력량에 따라 사이즈를 축소하려면 설계를 다시 해야 해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SMR은 재설계가 필요 없어서 경제적이고, 대형 원전에 비해 잔열 제거가 쉬워 안전 마진도 높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SMR (소형모듈원자로)


7.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실현 가능할까?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보내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막대한 전기가 필요한 만큼 태양광 효율이 좋은 우주를 생각해낸 건데요. 유럽에선 한 우주기업이 연구한 보고서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습니다. 정태용 교수는 “아이디어가 황당해 보여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도전해 보려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일 텐데요.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공적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엔지니어인 정동욱 교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주로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미리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국 인류의 발전을 이끈다는 걸 긍정하는 것이겠지요. 


8. 늘어나는 AI 전력 수요를 대비하면서 탄소 중립이 가능한 대책이 있을까?

에너지, 원전 관련 연구를 40년 가까이 해온 정동욱 교수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의 큰 변화 트렌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에너지원이 탄소 중립을 이끌고 미래 에너지 시장을 이끌지 모르는 격변의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기술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도 했습니다. 정태용 교수는 균형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단기간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논리에 움직이기보다는 정부의 대책, 민간 기업 차원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두 교수 모두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에도 동의했습니다. 



9. 논쟁보다는 대안을 생각할 때 

이번 방송을 제작하면서 저는 우연히 들어갔던 회사 서버실에서 훅하고 느껴지던 열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데이터센터에 비하면 너무나도 좁은 서버실에서도 그 후끈한 열을 잡기 위해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 많고 넓은 그 데이터센터 모두가 뿜어낼 열들, 그리고 그것들을 냉각시키면서 컴퓨터를 가동할 전력량은 얼마나 방대할까요? 이게 한 도시나 국가 차원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규모라는 사실에 위기감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모두가 AI 전쟁을 예상했습니다. 각자의 산업에서 누가 AI 기술을 먼저 선점할 지 앞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다 터진 전력 확보 전쟁. 그리고 탄소 중립 역주행. 이번 기회로 잠시 멈춰서서 환경과 에너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환경과 발전 모두를 고려한 대책을 고민해볼 시점입니다. 



경제토크쇼픽 15회 "6000가구의 1년 치 전력량 쓴다" AI가 촉발시킨 '전력 확보 전쟁'

영상 보기(https://youtu.be/jxsCmE91crQ?si=FA0HO68rnjushy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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