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반은 일출
생의 절반은 일몰이라고
시인은
비양도에 가서 알았다.
물리적 시간 탓인가
나는 일몰이 더 아름다워보인다.
언제부턴가 그랬다.
일몰은 찬란하다.
일몰은 아름답다.
하루를
찬란하게 찢어버리고
내일을 준비하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일몰과 같은
그런 아름다운 삶을
나는 꿈꾼다.
내 삶이 비양도
비양도에 가봐야겠다.
...........
비양도에 가서 알았다
생의 절반은 일몰이라는 것을
낮 세 시면 뱃길이 끊어져
어쩔 줄 모르고 파도에 제 몸을 숨기는 섬
소주 한 병을 비울 시간이면
얼굴 가슴 손 발을 모두 어루만질 수 있고
소주 반 병을 비울 시간이면
어깨에 앉아 제주라는 섬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보다가 가장 작은 섬은 가장 큰 대륙,
보노라면 가장 큰 대륙은 가장 작은 섬이었기에
생의 절반은 일출이라는 것을
비양도를 떠나며 뱃멀미처럼 나는 앓았다
-8집 '그대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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