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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환 Nov 18. 2021

뉴스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유

53. [생각하다] - 돈과 뉴스 품질의 관계

뉴스도 사업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뉴스를 만든다는 말이다. 혹자는 뉴스가 어떻게 돈을 보고 일을 할 수 있느냐고 꾸짖을 것이다. 하지만 돈만 보고 일하는 것과 달리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언론사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뉴스의 품질이 돈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야 능력 있는 기자를 채용하고 좋은 카메라와 컴퓨터를 구매한다. 돈이 없으면 대기업의 광고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광고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 돈이 부족하면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어려워진다. 돈이 많거나 광고를 주겠다는 회사가 줄을 서 있다면 한 기업의 광고쯤 포기할 수도 있다.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광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돈을 잘 벌어야만 한다. 전 세계에 특파원을 많이 보낼수록 더 빠르고 정확한 해외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돈과 뉴스 품질의 관계는 말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로 끈끈하다. 


최근 한국 뉴스의 품질이 떨어진 원인 중 하나는 수익성이 나빠진 데 있다.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하자 낚시성 기사로 클릭 수를 늘리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포기하는 현상이 대부분 언론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현장 중계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방송국 중계차. KBS, MBC, SBS 지상파 방송국을 제외하곤 대부분 중계차가 없다. 비싸서다.


방송 뉴스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방송국도 요즘 유튜브에 광고를 뺏겨서 경영이 어렵지만, 방송국은 드라마나 예능 등으로 돈을 벌면 뉴스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신문사는 오롯이 뉴스만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언론사가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광고 수익과 구독료다. 유튜브와 똑같다. 모든 미디어는 이렇게 돈을 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생산해서 구독자를 모은다. 이들을 광고주에게 연결해주거나 이들에게 구독료를 받는다. 그런데 유튜브의 수익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언론사의 수익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더 많이 보고 뉴스는 덜 찾아보기 때문이다. 전체 광고 시장의 크기, 사람들이 구독료로 낼 돈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품질 높고 재밌는 콘텐츠로 돈은 쏠리게 된다. 언론사는 새롭게 돈을 버는 방식(수익 모델)을 찾거나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을 품질 높은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으면 고사하게 될 것이다.  


이제 지상파 뉴스에서도 그 멘트가 나오게 됐다. "1분 뒤에 공개합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오래 됐는데 아직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나 성공적인 뉴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했단 것이다. 언론사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5~6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하겠다면서 조직 개편을 하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여럿 뽑아서 뉴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범 사례를 찾지 못했다.     


언론 산업의 선진국인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뉴욕타임즈가 거론된다. 뉴욕타임즈는 뉴스의 품질을 더 높이고,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도 개발해 구독자를 더 모았다. 구독료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할 정도의 구독자 규모다. 하지만 이건 영어를 사용하는 언론사로서 전 세계 1등을 하는 뉴욕타임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 한국의 언론사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단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모델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했다. 돈 걱정 없이 취재에만 집중하란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언론사가 있다. 자본이 넉넉한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정도 저력이 있는 회사가 아니고선 뉴스 품질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생존을 걸고 취재하는 것과 돈 걱정 없이 취재 했을 때 취재의 깊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뉴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돈이 충분하다고 꼭 뉴스 품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언론사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언론이 다시 시민들에게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가 팔아야 하는 것, 언론사만이 팔 수 있는 것은 신뢰라는 자산이다. 언론사가 가진 신뢰의 값어치를 다시 높이는 것이 재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는 이 매거진을 마무리하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미드 <뉴스룸>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에 담긴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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