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환 Dec 27. 2021

이재명 후보가 '삼프로tv' 출연을 원했던 진짜 이유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시즌2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의 송승환입니다.

내년부터 시즌2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슬슬 시동을 걸어보려 글을 한 편 써봅니다.

요즘 머릿속에만 떠다니는 생각을 써보면서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시즌2에 어울리는 제목도 구상해보면서요.


시즌2라고 하는데 무엇의 시즌2이냐.

앞서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글들은

주니어 현직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현재 사회와 미디어, 언론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었습니다.


이것이 시즌1이었다면 시즌2에선 이 진단과 처방에 맞는 시도를 소소하게 해보려 합니다.

대단한 큰 성공이 아닌 이런 작은 시도 만으로도 이런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옆구리 쿡 찌르는 자극을 줘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시도를 하게 된 장황한 배경을 먼저 설명해보려 합니다.

생략을 원하는 분은 스크롤을 쭉 내려서 아래 빨간색 부분부터 보시면 됩니다.


저는 지금 정치팀에 속해서 대선 주자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첫 대선 취재지만 굉장히 느끼는 게 많습니다. 한국 사회의 대전환을요.


여당팀 소속인 제가 요즘 따라다니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일정 현장에 도착하면 유튜버 먼저 만납니다.

아, 이제 취재 현장에 기자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유튜버라 불리는 수많은 개인 미디어도 함께 있습니다.

그동안은 방송국 카메라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고 취재원은 미리 만들어진 포토라인 앞에 와서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현장에 나타나면 그를 반기고 둘러싸는 유튜버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사진 찍고 대화부터 합니다.

방송사 카메라 영상촬영기자들은 "후보님,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요!" 소리치지만 듣지 않습니다.

기성 언론과 개인 미디어가 충돌하고 경계가 흐려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갈수록 심화되는 이런 현장을 보면서 제자리에서 옛 역할만 고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왜 유튜버를 먼저 찾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제 생각에 지금 한국사회를 포함한 전 세계는 수평적 무한 확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존 근현대 사회는 '국가-기업-조직-개인'의 수직적이고 피라미드식의 구성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실제 사회는 다이아몬드형에 가까울 수도 있고 모래시계형이나 길쭉한 타원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를 그린 적절한 구조도를 찾기 어려워서 일단 중세 시대 구조도라도 가져와 봤..


기존의 미디어, 언론은 이런 사회 구조에서 정보와 의견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정보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통로의 상태를 점검하고, 정보 이동의 증폭과 차단 등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것에 최적화가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최근에 관찰한 것은

피라미드의 하단부 개인의 영역이 마치 빅뱅 현상처럼 급속도로 수평적 팽창을 하고 있단 겁니다.

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의 등장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평적으로 팽창한 개인들은 취향별로 군집을 이루며 소통하는 경향성이 기존보다 훨씬 강해지는 게 보입니다.

정치적 이념, 좋아하는 축구 클럽, 응원하는 프로게이머, 관심사가 재테크인 사람들 등등.


그런데 문제는 기성 미디어입니다.

사회 구조에서 개인의 영역이 급속도로 팽창했는데 기성 미디어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영역에서 한쪽 끝에 있는 군집과 다른 쪽 끝에 있는 거리가 먼 군집 사이를 연결할 정보의 관이 아직 뚫리지 않은 겁니다.

국가나 기업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전달받기에도, 여기까지 개인이 의견을 내기에도 거리가 너무 멀어졌습니다.


기성 미디어가 연결하지 못한 영역은 개인 미디어가 채워나갔습니다.

기성 미디어만이 정보의 연결 통로가 될 필요는 없지요.

그런데 부작용이 있습니다. 공공성이 확보돼야 하는 최소한의 영역이 보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객관성, 균형감, 정치참여의 효능감 등을 보장해야 하는 영역을 기성 미디어가 방치하면서 자유로운 소통의 부작용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군집 간 소통의 장애가 발생하자 의견이 서로 희석되지 않고 갈수록 극단화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고 있습니다.

국가와 개인의 군집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지자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이런 사회적인 장애원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 중 결정적인 나를 소통의 장애라고 보고 이걸 풀어내는 데 집중해보려 합니다.


최근 소통되는 정보의 양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많아지고 빨라졌습니다.

물에 비유했을 때 유량과 유속이 엄청나고 그로 인한 수압도 굉장합니다.

여론의 쓰나미는 정부, 사법부 등 의사결정권자와 여러 개인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여론의 압력이 의사결정권자에게 과거에 비해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정량적, 비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도 제 장기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이에 대한 반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개인 미디어 스스로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콘텐츠에서 벗어나

미디어 이용자의 시간을 만족스럽게 채워주는 역할로 나아가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이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입증됐고 이들은 기성 미디어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슈카형 지금 형 말하는 거야


이제 기성 미디어도 수평적으로 끝없이 펼쳐진 개인의 군집들에 뛰어들 때가 됐습니다.

자유로운 개인 미디어를 상대로 공공성, 객관성 등을 앞세워 경쟁해서 최소한의 공공 영역을 확보하고

서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런 사회 구조의 변화를 진작 파악한 게 아닐까요.

지상파 TV토론에서 불특정 대중을 상대로 하나마나한 공방을 주고받는 건 현시점에서 더 이상 사회 구석구석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인터뷰 한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올해 1년 가까이 여당팀에서 취재하면서 본 이재명 후보와 한 인터뷰 중 신문, 방송, 잡지 등을 통틀어서 어떤 인터뷰보다 고품질이었습니다.

이 후보가 매일매일 발언하는 수만 자의 워딩을 1년간 소화했지만

이 후보가 구상하는 경제 정책을 이렇게 잘 풀어낸 기획은 처음이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한 가지 주제 파고들며 충분하게 대화하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이 다수 나왔습니다.



정말 뒤통수를 탁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기성 언론은 정치인이 하는 수많은 말 중에서 각을 세울 수 있는 부분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무시해버립니다.

제가 책에서도 쓴 적 있지만 정치인이 선거 기간 쏟아내는 수많은 정책 공약들을 기성 언론들은 "재미없다"며 한 줄도 써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극적인 발언을 끄집어내 강조하고, 정쟁을 붙일 요소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재명 후보의 삼프로TV 인터뷰를 다룬 많은 신문사가

인터뷰 초반부에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나눈 대화 중 우연히 작전주에 올라탔던 내용을 가지고서

여야가 공방하는 모습에만 프레임을 씌워 보도한 걸 보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반성해라 신문지


영상을 다 본 사람은 알 겁니다. 그 논쟁은 시민에게 아무런 영양가 없는 정치적 입씨름일 뿐입니다.

기성 미디어는 왜 그동안 TV토론에서 뻔한 질문, 뻔한 시간제한 등으로 이런 인터뷰를 해내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언론사 중에도 일부는 이런 개인의 군집에 뛰어드는 시도를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자원을 투입해 부수적인 노력을 들일뿐입니다.

대부분은 기존의 취재와 신문, 방송 뉴스를 제작하는 데 할애합니다.

기존의 취재는 물론 필요하지만, 더 많은 자원을 이런 새 시도에 본격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아직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배경 설명이 무지 장황했습니다.

그래서 시즌2에선 무엇을 할 것이냐.


우선은 뉴스·시사를 콘텐츠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하나 운영해보려 합니다.

구독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아직 연결되지 않은 곳까지 정보와 의견을 배달하는 관을 하나 뚫어보는 시도입니다.

관이 제대로 뚫리면 구독자 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죠.

이 정도 작은(?) 노력 만으로도 시민들이 공공성이 담보된 뉴스 콘텐츠를 충분히 소비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관을 뚫자


두 번째로는 기성 언론의 기자로서의 노력입니다.

기성 언론은 어떻게 발제를 하고 취재에 착수해서 기사를 출고시키는지 그 과정을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걸 '기사의 발자국'이라고 불렀는데, 더 좋은 이름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겐 기성 언론을 이해하는 작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성 언론의 관행을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계기도 될 수 있고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구상 중인데 다른 것들은 또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차차 풀어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내용은 책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과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아래 도서 정보를 참고해 주세요.


<네이버 책>

<교보문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