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과 지갑을 허락할까
안녕하세요.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박영사)을 쓴 송승환 기자입니다.
지난번 브런치에 글을 쓴 게
작년 7월 여름 휴가를 다녀오는 길에 들른 카페에서
즉흥적으로 썼던 것이더군요.
출간 후 독자 그리고 출간 과정을 응원해주신 브런치 구독자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항상 마음의 빚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여러 활동을 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유튜브 채널 운영하기였습니다.
최근 가장 대중적이고 지배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유튜브였으니
유튜브에서 뉴스, 기사, 정보가 건강하게 유통돼야
저널리즘의 미래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해봤습니다.
한편으론 유튜브가 가장 건강하지 못하게 뉴스가 유통되는 공간으로 지목 받기도 했기에
성공한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여러 전통 언론사에서도 유튜브 플랫폼에 최적화한 문법으로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고 있습니다.
쉽게 떠오르는 게 가장 인지도가 있는 SBS의 스브스뉴스,
그리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MBC의 14F,
그 외에 다수 경제지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재테크 관련 채널들입니다.
물론 여전히 방송 리포트를 그대로 유튜브에 업로드만 하는 언론사도 다수 있습니다.
저는 새 플랫폼에 맞는 새 기사 문법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제가 즐겨보는 대형 유튜브 채널들의 포맷을 벤치마킹 해서
이 포맷에 뉴스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시도를 해봤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그래서 채널명이 뭐냐!! 고 물으실텐데
'여러 이유'로 익명 채널로 운영하고 있어서
채널명을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그런데 목소리만 듣고도 주변에서는 저라고 단번에 알아보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모른 척 넘어가 주세요..
그리고 또 제가 신경을 썼던 부분은
단 1초도 시청자의 시간을 아깝게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수의 유튜브 채널은 중간 광고를 넣기 위한 최소 길이를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중언부언 말을 늘리는 경향이 있죠.
정작 끝까지 들어보면 궁금했던 바로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식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고요.
저는 제한된 시간에 가장 친절하고 쉬우면서 귀에 쏙쏙 박히고 1초도 아깝지 않도록
그림 한 컷, 오디오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면 두 번째로 당연히 궁금한 것이
구독자는 몇 명인데!! 일텐데
4개월 동안 구독자가 1.xx만명이 늘었고
아주아주 소액이지만 정기적인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볼만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처음에는 조회 수 100회도 안 나왔던 영상을 우연히 보고서
가끔 하루에 몇 분 이 채널의 영상을 보는 게 아깝지 않고 오히려 개이득이네
라고 생각해 구독하는 시청자가 대다수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잠정 중단 상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예쁜 딸이 작년 9월 출생하면서
저 역시 12월부터 육아휴직을 3개월 간 하게 돼
전업 아빠로 지내다보니
머리 감을 여유도 없는데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채널의 정체성과 확장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했는데
제가 확장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해소 해야 하는 장애물 다수가 쉽게 풀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중단을 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얻은 게 꽤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뉴스, 정보를 얻고자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지갑을 연다는 것을 체험한 것입니다.
게다가 미디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새 플랫폼의 매커니즘을 몸으로 익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유튜브 성공한다는 공식들이 많이 돌아다니지만,
역시나 직접 해보면서 얻게 되는 시행착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다음에 유튜브 채널이나 다른 플랫폼을 다시 운영한다면 헤매는 것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타 근황을 공유하자면
2021~2022년은 중앙일보 정치부와 경제부에서 일 했었는데
2023년부터는 또 신방교류를 하게 돼 JTBC 사회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다음주부터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 근무하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보다는 책임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책을 쓸 때나 가끔 강연을 할 때 항상 주니어 기자의 입장에서 설명했는데
올해 초 한 강연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8년차 기자라고 소개하고 나니
더 이상 주니어 기자라고 부르기 어려워지면서 뒤에서 하려던 이야기가 줄줄이 꼬였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나 중앙일보보다 평균 연차가 낮은 JTBC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저연차가 많은 사회부로 가게 되니
후배들에게 지시를 할 일도 생기고, 기획을 주도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주어진 역할만 잘 하면 됐는데 이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하지만 그만큼 자율적으로 재량껏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날테니
그동안 주장해왔던 언론의 문제 있는 관행들을 하나씩 고치는 시도를 저부터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도 듭니다.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 책은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팔리는 것 같습니다.
몇 달에 한 번씩 포털에 검색해보면 가끔 후기가 올라오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독자들이 봐주셔서 신기하게 읽고 있습니다. ㅎㅎ
간혹 대학생을 상대로 특강을 하기도 하는데
강연이 끝나고서 따로 나와서 제 책을 읽었다고 말해주는 경우도 있어서 놀라기도 합니다.
멸종위기종인 기자지망생을 만나면 반가워서 명함을 드리고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절대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카톡이든 문자든 이메일이든 질문을 해달라고 하는데
몇몇 학생은 따로 약속을 잡고 직접 만나서 2시간 정도 쉴새없이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을 다 쏟아내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뭐 이런 투머치토커가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기 빨린 채로 돌아가시곤 했는데,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 있는 학생들을 한 분이라도 더 언론계로 모시는 게 간절하다 보니
영혼까지 끌어모아 설명하게 돼 그랬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ㅎㅎ
출간 후 2년간 썼던 기사들,
강연을 준비하면서 찾아봤던 다른 기자들의 기사들,
그리고 앞으로 쓸 기사들에서도 고민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너무 고민만 깊게 하지 말고 기회가 될 때마다
브런치에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새로운 플랫폼과 형식을 통해
전통 언론의 관행들에 대해 문제를 대중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기하는
시도를 올해도 또 해보려 하는데
1%의 첫 발을 내딛긴 했지만..
올해 완결을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시작이 반이다라고 생각하고 이것도 사부작 사부작 해서
내년쯤 결과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