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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15. 2021

눈 떠보니 '취준생'이 된 이들을 위하여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세 번의 수능, 두 번의 대학.  



2014년, 당시 고3이었던 나는 '국어를 제외하고는 역대급 물수능이었다'고 평가 받는 15학년도 수능에서 고배를 마셨다. 

내신이 엉망이었기에 과감히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했기 때문이었을까.

부담과 긴장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하필이면 수능의 시작을 알리는 1교시, 국어 과목은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잔뜩 긴장한 상황에서 난이도까지 높으니 문제가 제대로 읽힐 리 없었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요…….



머리가 하얘진 채로 똑같은 문장을 10번이나 읽으면서 이번 시험은 망했음을 단박에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자신 있었던 국어 과목이 이토록 어렵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 충격은 곱절. 아니, 그 이상이었다. 

첫 교시를 죽 쑤고 나니 그다음 시험에서도 집중할 수 없었고 줄줄이 망한 탓에 결과는 나의 완패. 


바로 재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기나 긴 재수 생활 끝에 합격한 학교는 우리나라에서는 10권 안에 드는 대학이었지만 내가 목표했던 곳보다는 입학 성적이 낮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더 이상 수능을 준비할 자신도 없었고, 이것보다 시험을 잘 볼 자신도 없었다.

결국 나는 전과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해당 학교에 입학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반수를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세 번째 수능만에 나는 드디어 그토록 꿈꿔왔던 드림 스쿨 진학에 성공했다.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늘 나를 보면서 이렇게 놀리곤 했다.

'넌 왜 아직도 1학년이야. 너 2학년 돼본 적 없지? 언제까지 1학년 할래?' 


장난스러운 도발에 화보다는 웃음이 앞섰다. 


그래. 그때의 나는 어떤 것을 보고 들어도 마냥 즐겁기만 한 새내기였다.

처음으로 맛 본 즐거움과 해방감, 일탈. 그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짜릿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처럼 즐거운 나날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랬던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4학년, 그것도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수강하는 8학기생이 되어있다.

대학교 졸업은 먼 미래라고만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아직도 나는 4학년이 된 내 모습이 낯설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대학교 4학년 학생들이 대개 그러하듯 썬크림만 치덕치덕 발라댄 민낯에 후줄근한 츄리닝을 입은 채로 학교 도서관에 향한다.



예비 졸업생의 신분이 되어 처음으로 마주한 '취업'이라는 장벽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취업 준비는 고등학생 때의 입시 준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때는 내신이 얼마나 높으면, 생기부 준비를 얼마나 잘하면, 혹은 수능 점수를 얼마나 받으면 어느 정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명확한 커트라인이 존재했다.

그러나 취업은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정보가 필요하면 전부 내가 스스로 찾아야 했다.

막연해 보이는 정보들을 취합해 개요를 파악하고 취업 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전부 내 몫이다.

나는 취업 준비가 처음인 데다, 주변에 친한 선배들도 없었다. 조언을 구하고 본보기로 삼을 사람이 없으니 더욱 힘들었다. 


결국 3학년 때는 '4학년이 되고 나서 준비하면 되겠지.'

막상 4학년이 되고 나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허송세월 시간을 낭비했고, 결과는 지금 이 꼴이다. 나는 현재 졸업유예를 계획하며 다음 시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나 같은 상황에 놓인 4학년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취업 준비가 처음이니까. 처음은 늘 어려운 법이다.


나는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지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쓴 글이 어떤 이들에게 지침서가 되어준다면 그보다도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요즈음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20, 21학번들 중에 어떤 이들은 아직까지도 본교 캠퍼스를 밟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런 이들은 친한 선배나 동기가 있을 가능성이 더더욱 희박하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옆에서 참고 삼을 이가 없기에, 그들이 이후에 예비 졸업생이 되어 준비할 취업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보다도 훨씬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그때 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몰라 무척이나 헤매고 빙 돌아왔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은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느끼고 겪은 것들을 앞으로 이 공간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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