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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지원팀 오대리 Jul 03. 2018

중소기업 경영지원팀에서 일하기.

2. 조기출근수당과 미화수당은 없다.

왜 한시간씩 일찍 출근해야 하죠?


맨처음 본사로 출근을 했을때에는 근무시간이 오전8:30~오후5:30까지였다. 출퇴근 왕복시간은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버스타고를 해서 3시간이 걸렸다. 물론 입사하고 1년후에 집을 이사했기 때문이긴 하다. 그 덕분에 나는 입사 3년만에 차를 장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상 30분씩 일찍 출근을 했고 두시간씩 늦게 퇴근했다. 결산시즌에는 11시에 퇴근을 했고 감사기간에는 새벽2시에 퇴근을 하던지 수면이라는 시간 없이 날을새며 일을했다. 수당따위는 없었다. 고생했다고 감사기간이후에는 연차를 하루 쓸수 있게 해주었다. 그때는 왜 밤새서 일한 수당도 못받았는데 내 연차를 쓰게 해줌에 감사하였을까?


나는 신규사업장인 자회사로 옮기고 출퇴근시간이 오전 9:00~오후 6:00까지로 변경되었다. 그래도 버릇처럼 30분씩 일찍 출근지만 간혹 9시 칼출근 할때도 있었다. (고속도로 사정에 따라 달랐다.) 언제나 타부서의 과장님을 제외하고는 내가 2등으로 도착했다.

그러던 어느날 본사에서 CFO분과 부회장님이 오셨다. 그날은 고속도로의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출근시간이 2시간이 걸린날이었다. 그래서 10분정도 늦은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날 본사의 부회장, CFO, 본사재경팀의 부장, 현재자회사의 대표이사님에게 돌아가며 혼이 났다. 앞으로 8시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는 여태껏 불만을 이야기 해본적이 없었다. 그날은 나도 모르게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제가 8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경영지원팀은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부서야. 미리 나와서 사무실 청소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커피머신도 닦아놓고 사무실에 앉아있는 네 모습이 귀감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순간 할말을 잃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1년 넘게 칼출근을 하고 있다. 그 사이 한시간씩 일찍 출근하라는 소리를 몇번이나 었고 공무원이냐?는 비아냥 거리는 소리 까지 들었다. 



있는것이 없는것 만 못할때도 있다.


직원들의 건의로 자동글라인더와 일체로 되어있는 커피머신을 임대중이다. 커피머신은 커피 찌꺼기와 폐수가 나오는데 사용후에는 수시로 치워줘야 한다. 머신앞을 지나가면 오물통이 꽉찼다는 표기를 보고 치웠고 내가 먹을때면 한번씩 열어보고 꽉 차지 않아도 미리미리 비웠다. 내가 커피를 그리 즐기지 않다보니 내가 안치우면 몇일동안 방치되어 악취가 나곤했다. 그래서 버릇처럼 아침에 출근하면 가방도 풀기전에 오물통을 버리고 자리에 앉았다.


자회사로 옮겼을당시 인원은 8명이었는데 그새 늘고 늘어 24명까지 되었다. 그러다가 임대면적이 모자라서 실험실과 연구소를 확장시키고 절반의 직원들은 같은 건물의 다른층으로 옮겼다. 나도 다른층으로 옮겼다.


옮기고 나서 몇달이 지났을까?

다른층으로 옮긴 나에게 건의가 있다며 차장한분이 찾아왔다.


“오대리님, 연구소에 있는 커피머신 오물통에서 냄새가 너무 나는거 아니에요??!!”


“그거 오물통 비우시면 되는데... 그게 왜요?”


“...(쭈뼛 쭈뼛)”


“이런것으로 서로 불편해지면 쓰레기통 없앤것처럼 커피머신도 없애죠. 어떠세요?”


“아!! 됬어요.”


당차게 한마디 하러 올라왔다가 본전도 못찾고 내려가신 차장님이셨다. 차장은 오물통을 치워달라고 경영지원팀으로 소매를 걷고 올라왔는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라는 어이없어 하는 리액션에 둘다 감정이 상했던 일화다.


과거 사무실의 쓰레기 버리는것으로 직원들끼리 불화가 생겨서 공용쓰레기 통을 없애 버렸고 2인 1개의 소형 휴지통으로 전달했다. 우리 건물의 화장실옆에는 입주자 공용 쓰레기 통이 있는데 거기 까지 가기 불편해 해서 사무실에 공용 쓰레기통을 만들었더니 공용이라는 이유로 서로 치우는 것에 무관심해지고 언제부턴가 한사람에게는 쓰레기치우는것이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없앴다. 그렇게 한지 일년이 지나간다. 모두가 화장실가는길에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볼수 있었고 습관이되어서 다들 불편해 하지 않았고 지금껏 유지 되고있다.


그 이후로 차장님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공공의 복지를 위해 준비한 것이 내부적 갈등으로 변질된다면 없는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없애자고 했다. 그런데...하...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치우던 사람이 더 눈치를 보며 더 열심히 치우더라.....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커피머신이 넘쳐서 치우느라 애먹었다. 좀안간 강경책을 써야겠다.)



당연한 희생은 없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그들은 왜 우리부서를 이렇게만 생각하나?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야 하나? 라며 현실을 도피하기에는 다른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도망칠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당연함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줘야했다. 그러기에 난 자연스럽게 단호해 질수 밖에 없었고 사무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중소기업의 경영지원팀은 뛰어난 창의력보다는 객관적이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대범함과 비굴함을 넘나드는 유연한 대처능력이 있어야 하며 결단력과 책임감이 없이는 일하기 힘든 부서이다. 그래서 자금, 회계, 세무, 총무, 인사, 연구행정, 자본시장, 수출, 수입, 국가정책, 기획, IPO, IR, M&A등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각부서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감정조절도 필수이다. 결코 만만하게 보여지는 부서가 아니다. 


나의 주장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지니까 조기출근과 잡스러운 일로 생겨났던 잡음은 점차 사라졌다. 아니 슬슬 타부서에서 경영지원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우리부서가 자료에 대한 협조를 하지않으면 너희들이 다음의 과정을 할수 있느냐는 말을 밥먹듯이 했고 내가 신경써주지 않으면 너희들의 연말정산과 중소기업근로자를 위한 국가지원금 사업에 대하여 알수 있겠느냐며 큰소리했다. 결국 기싸움에 이긴거다. 


내가 부당하다고 느껴 졌을 때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견을 내비추기란 어렵다. 나도 신입시절에는 회식자리에서 불만을 이야기 하는정도에 그쳤다. 그러다가 말싸움도 하고 무시도 당해보고 어이없는 말도 들어보고 하니까 어느순간 내 의견을 이야기 하는스킬이 생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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